고삐풀린 ‘강원 골프장’…멸종위기종 생존 위협

2011년 10월 26일 | 활동소식

고삐풀린 ‘강원 골프장’…멸종위기종 생존 위협 [한겨레] 남종영 기자 2011년 10월18일 건설·추진중 합치면 80곳…여의도 면적의 18배 내년까진 땅 80% 매입땐 주민 반대해도 못막아 보호종 14종 추가 발견…규제법 즉각개정 ‘목청’ » 강원도 홍천군의 한 골프장 예정부지의 산림이 터닦기를 위해 파헤쳐져 있다. 강원지역에서 운영중이거나 건설·계획중인 골프장은 80곳으로, 면적만 서울 여의도의 18배에 이른다. 녹색연합 제공 강원도가 ‘골프장 천국’이 되어 가고 있다. 경기도의 골프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골프장들이 강원도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영동고속도로 확장에 이어 제2영동고속도로 신설 등 수도권 접근성이 날로 좋아지는 것도 골프장의 ‘동진’을 부추기고 있다. 강원도 골프장은 2004년 20곳에서 지난해 42곳으로 7년 사이 두 배 이상 늘었다. 현재 건설·추진중인 골프장까지 합치면 80곳으로, 면적(4377만㎡)만 여의도의 18배에 이른다. 축구장 6690개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이런 강원도 골프장 설립 붐에는 제도적 허점이 한몫을 했다. 골프장은 문화체육진흥법에 따라 ‘체육시설’로 분류된다. 그런데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계획법)을 보면, 체육시설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장이 도시계획상 ‘도시기반시설’로 지정할 수 있다. 도시기반시설에 대해선 개발 주체가 땅 80% 이상을 매수하면 나머지 땅은 소유주의 의견과 관계없이 강제수용이 가능하다. 도시기반시설을 일종의 공익시설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규모 땅이 강제수용 절차를 밟아 골프장으로 변했다. 지자체장이 골프장을 도시기반시설로 지정하면, 골프장 업체는 일부 땅만 사고도 골프장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따돌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체육시설이 도시에 있지 않아도 도시기반시설로 지정할 수 있는 법의 맹점도 이를 도왔다. 2003년부터 지난 6월까지 골프장용으로 강제수용된 땅은 1136건 389만㎡에 이른다. 골프장 반대운동을 벌여 온 환경단체 녹색연합의 배보람 활동가는 “지자체가 세수 증가나 고용 확대를 명분으로 골프장 막개발에 브레이크를 걸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는 산이 높고 골이 깊어 자연환경이 우수하다. 골프장이 들어서면 그만큼 자연환경 피해가 크다. 게다가 사전환경성검토 등 환경영향평가가 느슨하게 이뤄진 채 골프장 건설이 허가됨으로써,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의 서식 환경은 점차 악화하는 형편이다. 실제로 홍천군 서면 두미리의 골프장에서 낸 사전환경성검토서에는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담비를 비롯해 하늘다람쥐, 삵, 수달의 서식 사실이 기록되지 않았지만, 뒤이은 녹색연합 조사에서는 여러 곳에서 배설물이 발견되는 등 이들 동물의 서식이 확인됐다. 홍천군 북방면 구만리 골프장에서도 환경영향평가 절차가 끝난 뒤 이뤄진 사후환경영향조사에서 무려 14종의 법적 보호종이 추가로 발견됐다. 이곳에선 지난 6월 멸종위기종 2급의 희귀식물인 산작약이 공사 과정에서 파헤쳐져 원주지방환경청이 공사 중단을 명령하기도 했다.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하게 이뤄지는 이유는 골프장 쪽이 맡긴 업체가 평가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조사를 맡은 용역업체는 골프장 업체의 구미에 맞는 조사를 하고, 환경부 또한 이를 엄격하게 관리하지 않는다고 환경단체는 비판한다. 홍영표 의원(민주당) 등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당·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이달 초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홍천 구만리, 원주 구학리, 강릉 구정리 등 강원도 7개 골프장 업체가 낸 환경영향평가를 환경부가 조기 협의해주는 등 업무 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7월 헌법재판소는 골프장 개발 때 강제수용을 가능하게 한 국토계획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이에 따라 강제수용이 가능한 체육시설에서 골프장을 제외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법률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김성태 의원(한나라당)은 국토계획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했고 국토해양부도 시행규칙 개정 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내년 말까지 국토계획법을 한시적으로 인정한다고 밝혀, 골프장 업체가 내년 말까지 예정 부지 80% 이상을 확보하면 예정대로 골프장 건설을 추진할 수 있는 상황이다. 환경단체와 주민들은 헌재 결정은 현재 골프장 건설이 추진중인 지역의 피해를 막지 못한다며, 즉각 강제수용을 막는 법률의 개정과 시행이 필요하다고 반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