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잃는 것은 생명의 고향을 잃는 것이다

2008년 2월 9일 | 녹색생활

바다를 잃는 것은 생명의 고향을 잃는 것이다 – 백용해. 이기섭 님 인터뷰 – 정리·김기돈 원유는 자연계에서 분해되지 않는다 원유가 자연계에 특히 바다에 유출된다는 것 자체는 양에 관계없이 재앙이라고 할 수 있어요. 왜냐하면 원유는 탄화수소복합물로 현재 알고 있는 미생물들이 분해할 수 없는 물질이거든요. 유전학자들이 원유를 분해하는 세균을 배양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실제 자연계 상태에서 분해될 수 있는 물질이 아닙니다. 이렇게 분해되지 않는 물질이 버려져 있다는 것 그것이 계속 남아있다는 것 자체로 심각한 것이지요. 겉으로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어들어 가거나 작아져서 사람들 눈에 띄지 않을 뿐이지 계속 영향을 미치거든요. 생물들에게 원유는 생명을 죽게 하는 독극물로 직접 영향을 주고 생태계에 문제를 일으키니까요. 바다에 쏟은 양도 엄청나요. 1만 2천 킬로리터 정도로 발표되었는데, 씨프린스호의 4배 정도예요. 태안연안 30킬로미터에 피해를 주었다고 하지만 구불구불한 해안이어서 전체 길이로 따지면 4배가 넘는 길이라고 봐야 해요. 게다가 수심이 얕은 연근해에 기름이 몰려들어 연근해 생물들이 살아갈 수 없는 환경을 만든 것이에요. 모래나 갯벌 속에 스며들어서 거기에 사는 생물들과 미생물들 그것을 먹고 사는 2차 소비자인 새와 물고기들이 살 수 없는 곳이 되는 거죠. 조간대 돌 사이사이에 스며들어서 조간대 저서생물들과 물고기들에도 영향을 미치게 돼 전체 생태계의 기반을 흔드는 일이에요. 생산자가 살 수 없으니까 피라미드식으로 전체 생태계 질서가 붕괴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서해는 호수 같은 곳이어서 더 심각하다 지구는 순환이라는 원리에 따라 움직이고 있어요. 당연히 기름은 썩지 않기 때문에 계속해서 조류를 타고 서해바다 안을 돌며 곳곳에 영향을 미치게 돼요. 기름은 계속 확산하기 때문에 서해안 저서생물들과 물고기들에게 지속해서 폭넓게 영향을 줄 것은 분명한 일이에요. 서해는 지구전체에서 보면 커다란 만에 해당해요. 물이 순환되는 곳은 일부이고 동해는 해류 속도가 빠른데, 서해는 해류가 크게 움직이지 않아요. 서해는 갇힌 공간이라고 할 수 있어요. 동해안은 평균수심이 1500미터나 되는데 서해안은 모든 지역이 대륙붕이라서 평균 44미터 정도에 불과하거든요. 접시물에 비교할 수 있어요. 해류도 원해 바닷물이 일부 들어오기는 하지만 대부분 안에서만 맴도는 특징이 있어요. 호수처럼 갇힌 물이라서 동해보다는 더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어요. 계절에 따라서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것이지만 그 기름띠는 거기에서 많이 움직이지 않고 지속적으로 우리연안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봐요. 게다가 수많은 저서생물들이 바다 속에 폭넓게 살고 있거든요. 연안에 밀려든 것도 문제지만 보이지 않는 바다 속은 더 심각해요. 이번 사건보다 규모는 작지만 90년대 초반 인천 영종도 근처에서 유조선이 충돌한 사고가 있었어요. 당시에 영종도 운남동 일대 갯벌을 완전히 기름이 뒤덮었고, 그 뒤 5년 동안 칠게 한 마리도 살지 않는 황무지가 되었어요. 15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도 별로 회복되지 않았거든요. 그곳이 1만 마리 넘는 도요새가 관찰되던 곳이었는데 조사를 해보니 지금은 도요새는 물론이고 다른 새들도 별로 발견되지 않고 있어요. 땅을 파면 아직도 기름이 남아있고요. 점차 바다사막이 되어갈 것이다 완전한 회복은 어려워요. 복원이라는 기준을 어디에 둘지가 애매하지만, 한마디로 기름유출이 없던 시기로 돌아가기는 불가능하다고 봐요. 갯벌에 사는 생물은 온도나 화학반응이라든가 수온에 민감하거든요. 생태계의 윤활유 역할을 해온 것인데 일정시간에 거의 멸종으로 치달을 것이고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어느 정도 오염에 강한 생물들이 자리를 잡겠지만, 생산자 소비자 관계, 생태계 균형은 깨진 채로 남을 거예요. 서해 수산물을 마음 놓고 먹는다거나 연안문화를 유지하는 것은 어렵게 되었어요. 조개나 굴, 식용하는 생물들은 거의 이용을 못하겠지요. 복원이라는 말이 무의미하겠지요. 그러한 뜻에서 ‘사막화’라고 할 수 있어요. 서해 전체는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점차 죽음의 바다가 될지 몰라요. 크고 작은 원유유출, 중국에서 오염된 물이 엄청나게 유입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점점 죽어가고 있어요. 어민들을 만나면 거의 ‘젊었을 때는 황금어장이었는데 지금은 잡을 고기가 없다’는 말을 해요. 그것은 남획 때문일 수도 있지만, 바다생태에 문제가 생겼다고 할 수 있어요. 독극물 같은 물질을 바다에 쏟았기 때문에 50년이 지나도 회복되었다고 말할 수 없어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100년이 되어도 원상회복은 불가능해요. 어민들의 피해가 얼마인가 계산할 수는 있지만, 생태계에 미치는 피해는 어느 정도인지 상상할 수 없을 거예요. 미래의 자산을 잃은 것이지요. 10년, 20년, 100년까지도 계속 장기 생태조사를 하고 관리를 해야 해요. 최대한 예산을 마련해서 피해 정도, 생태계 문제를 조사하도록 하는 것이 시급해요. 1년 뒤에 이 사건을 까마득한 사건으로 잊어버리고 관심도 갖지 않거나 예산 배정도 하지 않고, 생태 조사 기반을 만드는 걸 그만둔다면 더 큰 재앙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바다 생태계가 무너진다 기름유출로 물에 떠서 생활하는 바다새들, 물속에 잠수해서 사는 잠수성 오리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어요. 새들은 배 부분 깃털에 기름이 조금만 닿아도 물에서 뜰 수 있게 하는 공기층이 사라지고 맨살에 바닷물이 들어와서 체온저하로 죽게 돼요. 가까스로 물 바깥으로 나와도 먹이를 잡으러 갈 수 없으니 결국 죽게 되는거죠. 태안에서 구조한 새들을 보면 주로 물에 떠서 사는 뿔록병아리, 흰뺨오리, 가마우지, 거멍눈병아리 같은 겨울 철새들이 많아요. 지금까지 100마리 정도 죽은 새를 발견했어요. 새들에게 앞으로 얼마나 영향을 주게 될지 조사하고 있어요. 지난해 같은 지역에서 2천 마리 넘게 관찰했는데, 며칠 전에 내려가 보니까 전멸이에요. 새들이 아예 없어요. 새들이 죽었거나 지역을 피해서 벗어나 있을 겁니다. 이는 죽음의 바다가 되었다는 거예요. 수천 마리 새들이 다시 돌아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어요. 이 지역이 철새들의 번식지역인데 번식하기 위해서 새들이 돌아올지 확인해 봐야 해요. 회복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 회복이 안 될지, 식물학자, 연성지역, 강성지역을 포함해서 다양한 측면으로 연구하고 조사해야 합니다. 어민들 피해도 문제이지만 생태계의 피해를 면밀하게 조사해서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필요해요. 무엇보다도 갯벌생태계에 큰 타격을 주었어요. 갯벌 속으로 기름이 침투해서 50센치, 1미터를 팠는데도 밑에서 기름이 올라오고 있는 정도예요. 이것이 지속적으로 갯벌에 영향을 주어 바닥에 있는 저서생태계 자체가 무너지게 되지요. 갯벌생물들을 갑각류, 극피동물, 강장동물로 나누잖아요. 직접 체내 수정하는 것들도 있지만 체외 수정하는 것들이 많아요. 유생들이 플랑크톤 형태로 떠서 생활하다가 바닥에서 부착생활을 하거든요. 부유생활을 하지 않는 갯지렁이, 고둥같이 어미가 있는 인근 주변에서 사는 이동성이 없고 지역성이 높은 종류들은 기름오염이 되면 유생들까지 죽게 되고, 그 종 자체가 멸종하거나 종 감소의 상황이 될 거예요. 바다생물들은 일단 기름막을 뒤집어쓰면 아가미로 물속에 있는 산소를 끌어들이지 못하기에 질식사를 하게 돼요. 성체는 더 빨리 폐사하고 유생들은 산소요구량이 적기 때문에 조금 늦게 폐사하게 되지요. 결국 저서생태가 큰 교란에 빠지게 되는 것은 확실해요. 단일한 재난방제기구, 장기생태조사가 급하다 서해안에는 무인도서도 많고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암반조간대에 저서생물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 큰 피해를 입었어요. 겉으로 보이는 기름을 치우고 끝났다고 선언할까봐 걱정이에요. 냄비같이 끌어 오르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이 없으면 1, 2개월 뒤에는 잊어버리고, 1년 뒤에는 그런 일이 있었는지조차 다 망각하지 않도록 제도와 장치를 만들어야 해요. 씨프린스호 사고 뒤에 제대로 된 보고서가 거의 없어요. 생태계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 남아있는 자료들도 별로 없구요. 당장 눈에 기름이 안 띄면 그것으로 끝나곤 했어요. 이번 사건에 대해 생태적으로 접근해서 해마다 조사하고 장기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는지 자료를 만들어 위기를 예측해야죠. 기름 유출 때 엄청나게 뿌려댄 유처리제가 검증되지 않은 약품이라는 것이 문제에요. 유처리제 자체가 화학약품이니까요. 기름을 끌고 바닥에 내려가서 확산되지 않도록 붙잡고 있을 뿐이고, 기름을 분해하는 것이 아니거든요. 바닷 속으로 내려가서 얼마 뒤에 농도가 약해지거나 형태를 다르게 잘게 부수는 정도이지, 없었던 상태로 되돌리지는 못해요. 독성은 계속 바닷물 속으로 흘러나와 저서생태계는 말할 것도 없이 1차적 피해를 입게 돼요. 유처리제로 물 속에 가라앉았던 것도 흡착력이 떨어지면 떠오르고, 2차 오염으로 이어져요. 바다에 유출된 기름은 수면에서 제거하는 것이 원칙이에요. 가라앉히거나 연안에 들어오기 전에 배 주변에서 해결해야 해요. 요즘은 주로 고성능 ‘스키머(Skimmer)’를 주로 사용해요. 물과 기름을 함께 빨아들여 기름만 가두는 장비에요. 이를 도입하지 않은 것은 국가정책의 실패라고 봐요. 요즘은 2차 오염 문제 때문에 유처리제를 안 쓰는 추세거든요. 기름막이를 친 상태에서 고성능 스키머를 장착한 배들이 바닷물과 함께 기름을 빨아들여 물과 기름을 분리하면 90퍼센트 정도 바로 해결이 가능하다고 해요. 초기 대응만 잘하면 가능한 일이에요. 센프란시스코에서 한진해운이 기름 23만 톤을 쏟았지만 3주 만에 다 처리했다고 하더라고요. 초기대응을 완벽하게 했다는 거지요. 사고가 나면 방제제도 자체가 초기에 바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해요. 해경이 출동해서 아무런 대비도 못하는 제도는 문제가 있어요. 해수부에서 보고를 받고 집행하는 데만 하루가 걸려요. 바다 오염이 다 되고 확산된 뒤에 말이지요. 인재가 분명해요. 삼면이 바다인 나라에서 그런 장비가 한 대도 없다는 건 말이 안 돼요. 고성능 장비를 삼면 바다마다 배치하는 재난방제제도를 마련하고 갖추어야 해요. 현재 국가 제도가 문제 있어요. 근본 재난제도가 전혀 작동되고 있지 않는 상황이니 이러한 막대한 피해를 불러일으키는 사건에 아무도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어요. 지금이라도 장비를 마련해야 해요. 그리고 일원화된 통합 재난방재청을 만들어야 해요. 시도지사가 먼저 판단해서 먼저 시행한 뒤 결재하여 모든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할 수 있는 권한을 주어야 해요. 우리나라는 중앙부처가 가지고 있으니까 기동력이 없는 거예요. 지금 사람들이 이목이 집중되는 곳에 있는 보이는 기름을 닦아내고 눈에 보이지 않으면 회복된 것처럼 말하는 것은 본질을 축소 왜곡하는 일이에요.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있는 기름은 어떻게 할 것인가, 유막 형태로 계속 기름이 나올 것인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없어졌다고 할 것인가. 바닥에 가라앉은 것들도 계속 떠오르게 될 거예요. 지금 3/5은 그대로 남아있어요. 이미 문제는 발생했고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졌어요. 그런데 현재 해안 기름유출사고에 대처할 수 있는 지침서 자체가 없어요. 기름막이를 어떻게 치고 어떻게 장비를 비치하고 대응해야 하는지 자세한 틀이 없어요. 정밀하게 조사하게 해야 해요. 사고 앞뒤로, 현재, 해마다 체계 있는 조사를 해서 기름농도, 생물상 변화, 내성이 강한 종과 그렇지 않은 종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세세한 연구진을 구성해서 조사해야 해요. 그 자리에서 같은 사람이 10년, 20년 동안 계속해야 성과가 있거든요. 사건은 벌어졌고, 손으로 기름을 끝까지 거두어내야 하고, 결코 빨리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기섭 님은 한국환경생태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면서, 녹색습지연구원 이사로 함께한다. 조류학자로서 습지생태계와 조유의 연관성을 연구하고 있다. *백용해 님은 녹색습지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오랫동안 갯벌생태계를 연구해왔고, 특히 갯벌과 갑각류에 관한 폭넓은 이해를 가지고 습지교육을 이끌고 있다. – 본 내용은 ‘작은것이아름답다’ 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