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재판장님, 전국에 살고 있는 장애인과 그 가족들, 뜻있는 시민들의 마음을 모아 탄원서를 드립니다. 전국의 장애인과 가족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원주의 장애인과 가족 역시 전쟁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장애인의 치료, 교육, 이동, 취업, 주거 등 기본적으로 보장받아야 하는 권리들을 보장받지 못한 채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오늘을 힘겹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장애아동들은 적절한 시기에 필요한 교육을 받아야 하지만, 원주의 치료 여건은 열악하기만 합니다. 교육 역시 장애아동의 특수성을 고려한 교육기관은 부족한 실정이며, 장애성인들 역시 교육에서 소외되어 왔습니다. 재판장님도 아시겠지만 두 다리로 걸을 수 없는 지체장애를 가진 분들의 이동의 문제도 심각합니다. 저상버스는 턱없이 부족하며 장애인을 특별교통 수단인 장애인콜택시 역시 제대로 운영되지 않아서, 위험한 차도를 전동 휠체어로 다녀야 하며, 건물 내에서 이동을 하기 위해 리프트를 이용하다가 위험한 상황에 놓이기도 하는 등 생명을 담보로 이동해야만 합니다. 이렇듯 일상생활의 기본적인 편리와 교육에서 소외되어 있다 보니, 취업과 주거 문제는 고려조차 되고 있질 않는 것이 원주의 현실입니다. 장애를 가진 당사자의 문제가 이렇다면, 장애아동을 키우는 부모들과 부모가 장애를 갖고 있는 가족의 문제는 거의 무시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원주 시민의 일원인 장애인과 그 가족들은 이러한 상황을 시민들과 원주시청에 알리고자 부단히 노력하였습니다. 2007년부터 사회복지과와의 면담 요청이 수차례였으며, 2008년 1월 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설명회를 개최하여 원주시민과 시민단체들 그리고 장애인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설명회에도 원주시청의 담당자와 함께 고민하고자하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설명회를 시작으로 계속된 면담 요청에도 원주시청은 형식적인 답변만을 내놓았고, 장애인과 그 가족들의 희망은 절망이 되었습니다. 결국 시청에 모여서 성실한 면담에 임해줄 것과, 책임 있는 면담 일시를 약속받기 위해 사회복지과에서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경찰의 해산 요구에 불응하였음은 유감스럽지만, 장애인과 가족들을 사회복지과로 오게까지 한 담당자들의 책임회피 역시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절박한 심정이었음을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시청에서의 면담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시민들에게 장애인과 가족들의 어려움을 알리고 있을 때 원주시장의 장애인과 가족에 대한 발언은 시청이 장애인과 가족의 어려움을 개선하고자하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들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원주시의 장인 시장이 공무원 훈시와 지역 방송사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장애로 태어난 것도 자기 운명이다.”, “전쟁터에 나가서 불구가 되었다면 국민과 국가로부터 보호를 받아야할 권리가 있지만, 자신의 부주의로 장애가 된 것을 사회적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국민의 도리가 아니다.”, “원주시가 장애인복지를 잘하면 다른 지자체에 누가 된다.”고 하여 또 한번 장애인과 가족들을 분노하게 하였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장애인에게 쏠리는 사회의 관심은 제한적이기만 합니다. 장애인의 날은 즈음하여 관심을 보여주며, 그것도 장애를 극복한 훌륭한 사람에게만 집중되거나, 장애로 인해 인간 이하의 비참한 삶을 사는 장애인을 조명하거나 하는 극단적인 모습에만 관심을 갖습니다. 장애인은 365일을 살아가야하며, 내 주변에도 있고 일시적이 흥밋거리가 아닌데도 말입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에만 관심을 갖는 사회가 아닌,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는 사회가 되어야만 이런 문제로 재판정에 서는 사람들이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최은영’은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자 가장입니다. 남편과 사별하고 형제를 키우면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이 장애를 가진 큰아이에 대한 문제입니다. 발달장애 1급 판정을 받은 아이는 잠시라도 눈을 떼는 것이 바로 사고로 직결되기 때문에 엄마 뿐 아니라 사회의 관심과 교육이 절실하며, 비장애형제와 최은영 당사자 역시 많은 지원이 필요한 상황임을 말씀드립니다. 장애아동도 자라서 사회의 일원이 되도록 교육시켜야 하기에, 비장애형제 역시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야하기에, 부모들의 마음을 모아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1년 6월의 구형을 받은 ‘김광호’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2008년 4월 16일, 시청공무원들의 장애인과 부모, 시민단체, 활동보조인 등 집회참가자들을 강제 진압하는 과정에서 시청 공무원들이 성추행을 저질렀고, 성추행피해자가 가해자를 잡으러 갔을 때에는 공무원들이 가해자를 숨기고 오히려 피해자가 시청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김광호씨는 성추행 가해자를 숨기고 있는 공무원들에 대해 강하게 항의한 것이었고, 피해자의 남편과 다른 동료들은 공무원에 의해 폭행까지 당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공무원들의 집단적 폭행은 철저히 숨기고, 오히려 다수의 공무원에 둘러싸여 그것에 항의한 김광호씨에게 ‘폭행’죄를 일방적으로 적용하는 것 자체가 참으로 개탄스럽고 억울한 일입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만들어지고 장애인의 인권이 하루가 다르게 개선되고 있는 지금, 원주시장은 장애인에 대한 비하발언으로 전국적 망신을 당하고 있고, 그만큼 원주시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복지는 타 지역에 비해서도 열악한 상황입니다. 최은영씨와 김광호씨와 같은 사람들의 노력과 희생으로 원주시의 장애인복지도 작지만 소중한 개선을 이루어냈습니다. 장애인에게 목숨과도 같은 활동보조가 적은 시간이지만 추가 제공되고 있고, 계절학교와 통합어린이집이 증설되어서 장애인가족들이 허리라도 한번 더 펼 수 있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이토록 최은영씨와 김광호씨의 노력은 정당하고 값진 것이었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장애인과 가족들은 가혹한 강원도 원주시에 살고 있는 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살아갈 수도, 그리고 미래를 포기할 수도 없습니다. 이번 일로 원주를 떠날 수도, 떠나고 싶지도 않습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원주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 글은 ‘김광호’, ‘최은영’ 판결에 대한 탄원서이기 이전에 장애인과 그 가족들의 염원을 담은 글입니다. 다시 한번 재판장님께서 사건의 전후를 잘 살피시어 선처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 름 서명 주 소 연락처 * 여러분의 애정어린 탄원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8월28일(목)까지 팩스 033-744-0111로 보내주시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