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길을 걷다…!!!

2008년 2월 22일 | bbs_자유게시판

물길을 걷다.
– 지율 스님의 편지 –

우연히 인터넷에서 대운하에 관련하여 어느 분이 쓰신 이야기를 읽고
문득 남지 모래벌에 가보고 싶어졋습니다. 그분이 이야기하신 그곳이(창녕군 남지 길곡면)
제가 어릴 적 놀던  강가를  연상시켰기  때문입니다

제가 다다른 남지 강변은 낙동강 중류로  어릴적 제가 놀던 한강변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살풋 살얼음이 얼은 강가과 모래 바람이 볼을 치는…..    
한쪽에서 모래를 파고있는 포크레인들의 모습도 그리 낮설지만은  않았습니다.
추억하는 일은 깨어진 파편들을 밟는 일처럼 아픈 일들이 되었지만
제 발바닥은 아직도 맨발로 모래 사장을 걷고
송사리와 피래미를 잡기 위해 찬물에 발을 담그던 그 감각들을 기억합니다.
지금부터 저는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못하는 이 모래벌 이야기로 부터
최근 논쟁이 되고 있는 운하 이야기를 5회 정도 연재하려합니다.
저는 천성산을 통해 이 땅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았고
강철같은 발로 우리 국토를 밟고 간  자리에 남은 것이 무엇인지 보았습니다.
대운하 이야기는 그들이 본 것과 우리들이 보고있는 것이 무엇인지,
한치의 앞도 볼수 없고 보이지 않는 시대를 살아가는,  바로 우리들이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사찰생태연구소의 게시판에서

제 고향은 경남 창녕군 길곡면. 남지에서 조금더 내려간 곳입니다.
고향 마을 앞의 강모래 정말 끝내줍니다.
그 어떤 바닷가 모래사장보다 폭도 넓고, 길이도 길게 고운 모래가 깔려 있습니다.
한 여름 뜨거워진 모래위를 맨발로 걸을때 느껴지는 발가락 사이로 전해지는 부드러움과
발바닥 전체로 전해져오는 강렬한 뜨거움의 고통.
대운하가 건설되면 골재로 팔려버릴 이 모래들을 어디가서 다시 밟아 볼 수 있을까요?

저희 고향 아랫마을이 임해진이라는 곳입니다.
이곳은 낙동강 강물이 몇번의 S자를 돌며 강물이 흘러갑니다.
밀양 무안에 가정용 LPG가스를 배달하는 처형댁이 있습니다.
가끔 밤 11시,12시가 되면 형님한테 전화가 옵니다.
“강물에 비친 달이 너무 아름답다.”
이렇게 임해진의 S자로 돌아가는 강물에 비친 달을 보고 감동하여 저희에게 그 전율을 전하려
전화를 하시는 겁니다.
하루 종일 가스통 배달하느라 몸이 파김치가 되었을텐데도 강물에 비친 달을 보러 가는것을 보면 그 이상의 아름다운 감동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대운하가 건설되면 큰 화물선이 지나다니기 쉽게 S자 모양의 강은 모두 일직선으로 만들텐데
�앞으로 처형네는 어디에서 하루의 피곤을 씻을수 있을까요?
대운하 특혜라며 관련업체 주식이 오르고, 주변 땅값이 오른다고 합니다.
저도 고향에 손바닥만한 제이름으로 된 땅이 있는데, 땅값이 오를테니 좋아라 하고 있어야 할까요?
지금 가슴속에 초등학교1학년 딸과 4살된 아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태어났기에 느낄수 있었던 따뜻함과 아름다움의 전율과 같은 감동을
두 아이들에게는 앞으로 어떻게 느끼게 해 줄 수 있을런지….
                                                      
                                                                                            이 경호님의 글을 옮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