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어막힌 등산로, 길 잃은 시민들…

2007년 11월 18일 | bbs_자유게시판

(가다가 돌아섯다) 얼마전, 사정상 한 동안 못 찾았던 봉화산이 그리워 맑은날 오후 봉화산을 찾았다. 그런데 어찌된 사정인지 등산로 입구가 폐쇄돼 있었다. 나만 몰랐나? 인적이 없다. 그 많던 산객은 다 어디로 갔는가. 코롱아파트 전면 도로의 등산로 입구가 깨스충전소 옆으로 옮겨져 여러번 오르내리긴 했지만 그 곳 마저 틀어 막힌 것이다. 강산이 십년이면 바뀐다고 했는데 요즘은 어찌된게 며칠새에 바뀌는 것인가. 샐대로 샌 김을 추스리며 위풍당당한 원주시의 신청사를 둘러보고 내려와 미련삼아 등산로의 옛(?) 길을 바라보니 까맣게 차려입은 가족의 행렬…. 아빠개미, 엄마개미, 딸개미, 아들개미…손에 손을 부여잡고 길아닌 경삿길을 매달려 엉금엉금 기어서 내려오고 있었는데, 누가 시민들을 개미로 만들었을꼬. 이튿날 동트기 전 어스름 다시 봉화산을 찾았다. 여러번 오르내려 익히 잘 아는 교회뒷편 길을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교회 옆 어스름 저편 길다랗게 펼쳐진게 무언고? 새를 잡으려나, 동물을 잡으려나, 웬 그물망(?). 설마 인간을 잡으려고 친 그물망은 아닐터. 아서라, 접근을 포기하고 차라리 가까운 해장국집에서 정겨운 나의주님 막걸리만 축냈도다. (길은 그냥 나는것이 아니다, 길을 막는것도 이치에 따라야 한다) 경우는 다르지만, 흔히 앞뒤옆집의 관계에서 막다른 골목은 막지 않는 법이다. 아무리 땅의 주인일지라도 관계의 기본된 도리라 여북하면 법에서도 명시하고 있겠는가. 이것도 경우는 다르겠지만, 외국 어느대학의 그 유명한 일화- 대학총장께서 그토록 학생들이 지나다닌다면 차라리 그 잔디밭을 가로질러 길을 내거라. 지금은 틀어막힌 그 봉화산의 등산로가 그냥 났겠는가? 그 길만이 가장 산과 교감하기 좋은 길이요, 그 길이 아닌 다른 길은 봉화산을 봉화산답게 감상 할 수 없기에 오랜동안 묵시적으로 불특정한 다수의 암묵적인 발길이 닳고 닳아 굳은살로 배기어 오늘의 길을 만든 것이다. 남자도 걷고 여자도 걷고 아이도 걷고 어른도 걷고 기쁜사람은 기쁜 마음으로 걷고 울적한 사람은 울적한 마음을 달래려 걷고 건강한 사람은 건강을 지키려 걷고 병있는 사람은 병을 달래려 걷고 멀리있는 사람은 가끔씩 찾아 걷고 가까운 사람은 일상의 생활로서 걷고 아침에도 걷고 낮에도 걷고 저녁에도 걷고 깜빡하였으면 때론 밤에도 걷고- 이렇듯 걷고 걸은 사람들이 만든 길을 함부로 막다니! 오랜세월 오르내렸던 그 수많은 발길이 하루아침에 막힌 이 상황을 그리 쉽사리 수긍하리라 여기는가? 길있는 곳, 길 있을진저! (두가지 추측) 그러면 왜 꼭 길을 막아야 했을까. 당연히 무슨 사정이야 있겠지. 일개 시민으로서야 속 사정을 시원히 알길은 없지만, 인간사 어디하나 사정없이 행해지는 경우가 그리 흔하든가. 그래서말이지만, 본대로 느낀대로 두 가지만 추측해 본다. 첫번째는, 내 땅 내맘대로 하는데 무슨상관이냐는 식의 땅주인의 의도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그렇다면 그 땅주인이 누군가가 문제인데, 그러고보니 한 동안 주민들이 걸어놓았던 플랭카드가 생각난다. ‘주민안전 위협하는 개스충전소가 웬말이냐’ 뭐 이런 내용인 것으로 기억된다. 그동안 공사의 진척상황이라던가 임시등산로라던가 산객에게 눈을 부라리며 감시의 눈초리를 보낸다든지 여러정황으로 보아 땅 주인은 개스충전소가 아닌가 싶다. 길을틀어막고 친절하게도(?) 경사가급하여 위험하다, 등산로는 어디어디로 이용하라는 멘트까지 해가면서 왜 잠재고객일지 모를 산객의 발길을 묶었을까. 내 땅딛고 함부로 산꾸댕이 오르내리지 마라는 어카 심정인지, 무슨 무슨 이유로 그러면 좋다 내 땅 틀어 막을테니 할테면 해봐라는 식인지 알수는 없지만, 만약 그렇다면 너덜대는 중고깨스차일망정 봉화산을 사랑하는 시민중 어느 한 사람 그 곳에서 충전하고픈 마음이 일겠는가. 충전소는 많다, 내 방귀만도 못한 그 곳의 개스 안쓰면 그만이다 할것이다. 내 땅 내맘대로 하겠다는 거룩한 사적 권리를 탓할 생각일랑 추호도 없다. 그러나 봉화산을 사랑하는 시민들의 소비자로서의 선택권리도 있음을 망각하지 말았으면 한다. 두 번째는, 개스충전소가 위험물을 다루는 곳이라 다수의 왕래객이 있을경우 안전을 위하여 등산로를 폐쇄했을수도 있다. 이 경우는 문제가 좀 다르지 않나 싶다. 얼핏 생각하면 당연한 것이고 시민의 안전을 고려한 정당한 행위일 수 있다. 그러나, 항상 이 ‘그러나’가 문제이다. 개스충전소는 언제 생겼는가? 시민들의 등산로는 언제부터 있었는가? 두 말하면 잔 소리일진대, 이것이 이유라면 이 곳은 개스충전소로 허가를 내주면 안되는 곳이다. 즉, 이미 다수의 왕래객이 있음을 뻔연히 알면서도 충전소허가를 내 주고 후에 안전을 이유로 등산로를 폐쇄한 것은 전후가 뒤바뀐 반 시민적 행정행위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경우는 원주시에도 일단의 책임이 있다는 말이다. 일개 시민으로서 세세 구석구석 그 사연을 일일이 알길이야 없겠지만, 시민의 눈에 비친 그대로의 현상을 말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첫 번째의 경우라면, 본래의 등산로입구를 되살려야 한다. 본래의 그곳에 층층히 계단을 쌓아 시민들이 삼삼오오 짝을이뤄 오르내리게 조치 하시길 바란다. 두 번째의 경우라면, 시에서 관심을 가지시고 안전에 지장이 없고, 기존등산로를 이용할 수 있는 차선의 등산로를 마련해 주시길 바란다. 이것은 원주시의 봉화산 자연공원화계획에도 합치되는 일이라 생각되어지며, 공사다망한 가운데서도 이러한 세세한 곳까지 배려해 주신다면 시민으로서 얼마나 고마운 일일까? 두서없이 적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