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적 계곡으로 유량 조사를 갔습니다. 염장골이라고도 부르는 내원의 깊은 골, 일년 만에 걸어 보는 길이었습니다. 암자는 비어 있었고 가을이 나뭇 끝에서 떨어져 물위로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낙엽의 냄새와 낙엽이 밟히는 소리가 가슴에 물들어 왔습니다. 그 순간,, 땅 밑 깊은 곳에서 산이 쿵하고 울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나무가, 물결이 흔들렸습니다. 가슴이 덜컥하고 내려앉더니 조심스럽게 내딛던 발목에 힘이 빠졌습니다. 달아나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들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질 줄 알았습니다. 가을이 물위에 흘러가듯 그렇게 흘러 갈 줄 알았습니다. 아직은 조금 먼 곳에서 발파를 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이제 곧 이 계곡 밑을 지나가게 될 것입니다. 이 아름다운 계곡이 죽음의 계곡이 된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 할 수 없었던 일이었습니다. 눈으로 탐한 세상의 아름다움 때문에 수인이 되어 있는 자신이 서러웠습니다. 지키지 못한 약속들이 가을 물을 따라 흐르지 못하고 여울에 맴돌아 쌓이는 낙엽들처럼 가슴에 맴돌았습니다. 유량조사 단원님들께서는 이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신경 써 주시고 유량일지도 올려주세요 아직 우리에게는 남은 약속이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