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PEC 반대의 이유를 알려주마 김어진(아펙반대국민행동 선전홍보팀장) 김종훈 아펙 대사는 11월 11일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아펙반대 부시반대 국민행동에게 “APEC의 내용이나 알고 반대해라”고 충고했다. 김종훈 대사의 주장은 한마디로 APEC의 내용을 알면 반대하기 힘들 거라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김종훈 대사는 APEC이 무역 투자 자유화만이 아니라 개도국들에 대한 기술 교육 및 협력도 신경 쓴다고 말했다. 개도국에게 기술 지원을 많이 해 줘야 개도국 시장도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개도국에 기술 이전’은 APEC은 세 가지 경제적 목표-무역투자 자유화, 개도국에 대한 기술 이전, 대테러 경제 협력-가운데 하나다. APEC이 내거는 표어와 구호들은 너무도 추상적이고 모호한 나머지 도대체 무엇을 말하려는지조차 불분명하다. 그러나 실제 APEC이 추진한 정책과 행위들을 살펴보면 그 구호들이 얼마나 위선적인지 잘 드러난다. 김종훈 대사가 말한 ‘개도국에 기술이전’이라는 경제적 목표도 그런 경우에 속한다. 실제 이 목표에 관한 개도국들의 평가는 매우 부정적이다. 많은 개도국들은 APEC의 기술이전이라는 목표는 선진국의 무역 투자 자유화를 밀어 붙이기 위한 엑세서리에 불과하다는 불만을 토로해 왔다. 무엇보다 2005 부산 APEC의 주요 과제 가운데 하나인 “지적재산권 단속 강화를 위한 역내 협력” 목표는 김종훈 대사가 강조하는 ‘APEC의 개도국 지원’ 목표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다들 알다시피 지적재산권은 특허 상표와 로열티를 관리하는 국제제도다. 지적재산권이 강화될수록 다국적 기업의 특허권은 더 강화된다. 그러나 그 결과는 무엇인가? APEC에서 조류독감을 해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논의될 거라지만, 조류독감 백신을 소유한 로슈(Roche) 같은 다국적 제약회사의 특허권을 보장하는 지적재산권이 강화된다면 과연 동남아시아의 가난한 사람들이 싼 값에 백신을 쉽게 얻을 수 있을까? 아펙은 반민중 정책박람회 김종훈 대사는 마치 APEC이 아시아태평양의 부국과 빈국의 경제적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것마냥 묘사했다. 그러나 APEC은 개도국의 평범한 이들의 삶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온갖 정책들을 주문하고 있다. 예를 들어 APEC은 아시아 정부들한테 영국 사유화 과정의 일환으로 대거 도입된 일명 공사협력체 방식인 PPP(Private-Public-Partnership)를 효과적인 경제 정책으로 권장하고 있다. PPP는 대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기업의 지분을 차지함으로써 사유화하는 방식으로 1980년대 이후 세계 전역에서 추진돼 왔다. 사유화 이후 대참사를 여러 번 일으킨 런던 철도에도 바로 이 PPP 체계가 도입됐다. 기업이 공적 서비스 부문에서 이윤 확장에만 치중한 결과, PPP 체계가 도입된 서비스 부문에서 대형 사고와 요금 인상이 잇달았다. APEC은 아시아태평양 민중의 삶의 질을 끌어 내리는 정책들을 강력 주문해 왔다. 예를 들어 1997년 정리해고 규제 완화 조건을 각국 정부들한테 권고하기도 했고 2002년 OECD와 함께 합동규제개혁위원회를 열어 발전소 사유화 등을 강력 주문하기도 했다. 1997년에 한국에서 1월 총파업이 있었고 2002년 발전파업이 있었던 상황을 미루어 보면 단지 위와 같은 주문 사항들을 우연이라고만 볼 수 없다. 지구적 반환경범죄집단 김종훈 대사는 한국 정부가 WTO DDA 특별성명을 채택하자는 제안을 함으로써 APEC 의장국으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APEC 의장국으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함으로써 도대체 아시아 태평양의 보통 사람들이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을까? 수많은 사례를 들 수 있겠지만 한 사례만 들어 보겠다. APEC은 현재 이산화탄소 방출을 강제적으로 감축하는 교토의정서를 무력화하는 반환경 기구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과 호주는 일본/중국/한국/인도 네 국가를 끌어 들여 강제적이 아닌 자발적 감축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기후협약을 체결하려 한다. 그런데 이 6개 나라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구 전체 배출량의 47.9퍼센트를 차지한다. 그런데도 이런 반환경 범죄를 도모하는 데서 한국 정부가 주요 역할을 하는 것을 자랑스러워해야 하는가? 김종훈 대사는 이런 사실조차 제대로 알고나 있는가? 김종훈 대사는 “세계화는 계속돼야 한다”며 마치 아펙반대 부시반대 국민행동이 마치 쇄국화를 주창하는 것마냥 호도했다. 어떤 종류의 세계화냐가 문제다 우리가 문제삼는 것은 세계화의 방식이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진행된 최근 20년 동안 모든 집단과 국가에서 경제성장이 낮아졌고 1인당 GDP의 연평균 성장률도 3.6퍼센트에서 1퍼센트 이하로 대폭 낮아졌다. 우리는 다른 종류의 세계화를 원한다. 그러나 APEC이 추진하듯 기업인들이 마음대로 국경선을 넘나들도록 하기 위해서는 ID 카드를 만들어주려 하고 이주 노동자들의 출입국 규제는 더욱 강화하는 종류의 세계화에는 반대한다. 공공서비스의 질을 더 악화할 사유화와 기업만을 위한 천국을 만들 기업 규제완화가 판을 치는 그런 세계화에는 반대한다. APEC은 이런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폐해를 해결해 줄 장치를 제공해 주지 않았다. 되레 시장화 조치들과 그것을 강력하게 보장하는 군사주의 정책들만을 강력 주문하는 처방전을 제공했을 뿐이다. 2001년 상하이 APEC 정상회담 때 부시의 ‘테러와의 전쟁’을 지지하는 선언이 발표되고 난 뒤 해마다 APEC 회의에서는 부시 행정부의 군사 안보 정책들이 지지를 받아 왔다. 여기서 한국 정부는 주도적인 역할을 하려 한다. 아펙반대 부시반대 국민행동을 이런 한국 정부의 구실을 폭로하고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