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박경리 선생이 얘기하는 환경의 중요성

2005년 10월 18일 | bbs_자유게시판

‘토지’의 저자 박경리 선생 원주투데이 창간10주년 특별인터뷰 기사중 발췌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씀을 정리했습니다.- @토지를 집필 하실 때 선생님의 눈에 비친 원주는 어떠했으며 지금 보시는 원주는 어떨까 궁금합니다. 또한 작가의 입장에서 원주에 대한 바람이 있으시다면. 처음 원주에 왔을 때만해도 편안한 느낌이었습니다. 지금과 비교하면 초라하고 소박하지만 강원도다운 모습이 많이 남아 있어 좋았습니다. 누구나 편하고 좋은 집을 갖고 싶은 욕구는 있는 법이고 발전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발전을 하더라도 환경은 살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집만 좋다고 잘산답니까? 환경이 죽으면 아무 소용이 없지요.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은 땅입니다. 논이나 밭이 있던 자리는 유지해야 하고 맑은 공기와 무공해 먹거리가 지켜져야 합니다. 눈 앞만 바라보고 멀리는 안보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앞으로 세계는 환경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 될 것입니다. 세계가 환경을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데 원주는 뒤늦게 개발에 묶여 있는 꼴입니다. 도시를 개발해 관광객과 외자를 유치한다고 하는데, 이미 외국인들이 도시놀이문화는 식상해 한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외국 관광객들이 동남아로 몰려가는 것을 보세요. 우리는 후진국이라고 부르는 그 나라들에 관광객들이 왜 몰리겠습니까? 자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강원도에 처음 왔을 때는 대단히 희망적이었습니다. 산도 좋고 개발도 안돼 있어 강원도야 말로 한국의 마지막 보루라는 생각을 했었지요. 일자리가 필요하지만 한 순간입니다. 농촌은 잃어버리면 회복이 어렵습니다. 강원도의 밑천은 산천입니다. 자연이 유지된다면 관광객들은 오지 말래도 찾아오게 됩니다….(중략) @원주는 선생님을 비롯해 장일순 선생님 등 생명사상의 뿌리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생명도시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원주의 생명사상에 대한 선생님의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원주는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입니다. 치악산 중턱까지 들어 선 집들을 보면 흉물스럽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 집들이 차지한 자리가 푸른 숲으로 채워진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기업도시는 생명도시와 반대되는 개념입니다. 사실 원주가 기업도시가 됐다는 소식을 듣고 반갑지 않았습니다. 원주 행정가들이 깊이 명심해야 합니다. 원주가 생명도시가 되면 사람들이 오지 말라고 해도 찾아오게 될 것입니다. 깨끗하고 쉴 수 있고 명상을 할 수 있는 자연이 있어야 합니다. 최근 회촌마을이 문화역사마을로 선정되었다고 하는데 이 곳에도 식당이나 놀이터가 들어오면 안됩니다. 이 곳까지 누가 밥을 먹고 놀러 오겠습니까? 기껏해야 원주사람들 뿐이지요. 주민들이 유기농을 할 수 있도록 논과 밭을 정리하고 산채를 가꾸고 나무를 베지 못하게 관리하고 동물들을 보호해야 합니다. 그들은 자연을 보러 옵니다…..(중략) @선생님은 한국문학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기셨습니다. 아쉬움은 없으신지요. 앞으로 하시고 싶은 일이 있으시다면…. 쓸 수 있는 한 계속 글을 쓸 생각입니다만 재작년 소설을 쓰다가 혈압수치가 200을 넘어 연재를 중단한 일이 있는데 아무래도 당분간 소설은 쓰기 어렵습니다. 생태계에 대한 글을 체계적으로 한 번 써보려고 합니다. 넓게 멀리 내다보면 역시 환경입니다. 물질이 가져오는 해악이 너무나 많습니다. 아무리 물질이 풍족해도 지구까지 없어진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유물론을 극복할 새로운 이데올로기가 필요합니다. 저는 이것을 생태계 복원에서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청계천 복원은 실핏줄 하나 복원한 것에 불과 합니다. 지구가 모두 복원돼야 합니다. 생태계의 파괴로 조류독감 등 신종 병이 자꾸 발생하면 해결이 어렵습니다. 죽은 지구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겠어요. 정치인들은 당장 눈 앞의 표만 의식해 말해도 먹혀 들지 않습니다. 환경과 관련해 정치인들이 싫은 이야기도 많이 듣고 참작해야 합니다…..(중략) @환경운동에 관심이 무척 크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연에서 얻은 깨달음이나 이치는 문학의 근본입니다. 자연을 대하다보면 풀잎이나 곤충도 그 삶이 인간과 같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동물의 왕국을 보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모성이나 표정까지 인간과 같습니다. 생명은 동등한 것이지요. 조물주가 함께 어울려 살만큼 마련해 주셨지만 유독 인간만이 욕망을 앞세웁니다. 생존에 그치지 않고 남은 것까지 취하려고 해 질서와 균형까지 깨트려 버립니다. 벌레나 맹수는 먹을 만큼만 먹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지요. 하다못해 그 약한 날개로 모은 벌꿀까지 다 빼앗아 가는 것도 사람입니다. 극단적인 이야기지만 이대로 가면 지구의 생태계는 무너져 버립니다. 제가 자주하는 말 중에 ‘이자론’이 있습니다. 원금인 땅은 그대로 살리고 그 땅에 작물을 심어 가꿔서 먹는 게 이자입니다. 원금인 땅을 뜯어 먹어서는 안됩니다. 개발이란 미명아래 원금인 땅을 모두 죽이면 그 때는 무엇을 먹고 살겠어요? 이자로 사는 것이 우주의 질서입니다. 그 질서를 깨면 안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