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생활, 0점짜리 주부에서 50점짜리 주부로

2010년 3월 23일 | 녹색생활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요. 결혼하기 전까지만 해도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예쁜 옷 쇼핑하고, 맛있는 것 챙겨 먹는 것에만 관심 있는 이기적인(?) 사람이었던 제가 요즘 한 가지씩 환경과 건강을 생각하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시작했으니 저도 50점짜리 친환경 주부는 되는 셈이죠? 말해놓고 나니 참 쑥스럽네요. 사실 객관적으로 따지면 한 10점정도 될 듯합니다. 제가 집안에서 실천하고 있는 변화된 친환경 생활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집안 온도 22도로 낮추기, 2.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3. 주방 세제 줄이기, 4. 천연조미료 사용하기, 5. 콘센트에서 전원 플러그 뽑기, 6. 세탁소 옷걸이 돌려주기 등입니다. 다들 하고 계시고 가장 기본적인 친환경 실천법이 아닌가 싶네요. 1. ‘집안 온도 22도로 낮추기’는 신랑 나이 탓인지 처음에는 어려웠습니다. 남편이 습관처럼 실내온도를 24도 이상으로 올이고 반팔을 입으며 지내서 신혼 때 참 많이 싸웠습니다. 춥다고 해서 내복을 입으라고 이야기하면 답답하다며 반팔을 입고 홀가분하게 지내고 싶다고 해서 자주 싸웠죠. 결국 제가 이겨서 내복과 긴팔을 입혔는데 나중에는 일기예보에서 날씨가 조금만 춥다고 하면 내복 어디 있느냐고 찾아 입더라고요. 온도를 2도 정도 낮추었더니 매달 가스비가 3-4만원 적게 나오더라고요. 물론 지구 온난화를 막는데도 도움이 되겠죠. 물론 신랑과 저도 처음엔 감기가 와서 한참 고생하다가 면역력이 생겼는지 요즘은 잘 지내고 있답니다. 2. 결혼하고 음식을 하게 되면 항상 남기게 되더라고요. 너무 많은 양을 하게 되거나 둘 다 일이 생겨 집에서 밥을 안 먹게 되면 여지없이 음식을 버리게 되었습니다. 냉장고에 뒀다가 먹으려고 해도 손이 안가지고, 아까워서 못 버리고 며칠 버티다 버리게 됩니다. 야채도 떨어지지 않게 항상 사두곤 했는데, 둘이 맞벌이를 하다 보니 저녁을 집에서 못 해먹을 때가 잦아 버리는 일이 많았습니다. 양파, 당근, 무, 감자는 일주일까진 괜찮은데, 시금치, 미나리 같은 야채들은 금방 썩더라고요. 그래서 항상 버리게 됐어요. 어떻게 바꿨냐고요? 밥을 지을 때도 반찬을 할 때도 한두 끼에 다 먹을 수 있도록 용량을 재서 하는 거죠. 귀찮긴 한데 그래도 버려지는 것 보단 훨씬 좋아요. 예를 들면 쌀은 컵으로 한 컵, 감자볶음은 감자 하나에 양파 반의 반 개, 이렇게 먹으니 절대 남을 일이 없더라고요. 야채는 안 살순 없고 많은 양을 먹기도 힘드니까 언니와 재래시장을 같이 가서 나누는 방법을 택했어요. 단점은 일주일에 두 번 이상은 시장을 가야 한다는 거죠. 참, 밥 먹을 때 반찬을 소량으로 담는 것도 중요해요. 먹고 남은 밥은 밥통에 두지 말고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먹으면 오래 보관할 수도 있고요. 3. 주방세제는 처음에 조금씩 자연성분 세제로 바꾸어 쓰다가 요즘은 자연성분 세제에서 아크릴 수세미로 바꾸고 있답니다. 처음엔 왠지 꺼림직 했지만 나중에는 세제가 남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더 개운하더라고요. 4. 시집오기 전부터 엄마가 천연조미료만 쓰시다 보니 결혼해서도 쭉 이어지게 됐어요. 다시마, 멸치, 파, 양파로 우린 물로 모든 찌개와 국을 끓이고 인스턴트는 어쩌다 말고는 즐기지 않습니다. 다시마를 갈아서 김치, 된장찌개에 넣어 먹기도 합니다. 다시마는 국물만 내고 버리는 거라 이렇게 갈아 넣으면 다 먹을 수가 있거든요. 단점이 있다면 찌개가 약간 지저분해 진다는 거죠. 거뭇거뭇해지지만, 뭐 보여줄 게 아니면 상관없고요. 단맛을 내는 것도 설탕과 요리당 대신 매실즙과 꿀을 섞어서 사용을 하고 있습니다. (양파를 말려서 갈아 만드는 방법도 있지만 그건 손이 너무 많이 가서…….) 5. 저희 부부는 맞벌이를 하다 보니 집에 오면 귀차니즘이 많이 생겨요. 그냥 손 하나 까딱 하기 싫은 거죠. 전원 플러그를 빼야 된다는 건 너무 잘 알고 있는데 실천 한다는 게 꽤 귀찮더라고요. 그래서 바꾼 방법이 필요 할 때만 플러그를 꼽는 거죠. 집에 있는 모든 플러그를 다 빼놓은 상태에서 컴퓨터를 쓰거나 전자레인지를 돌리거나 할 때만 사용하는 건데 습관을 들이고 나니 지금은 귀찮은 건 모르겠더라고요. 어차피 전원을 꺼야 하는 거니까요. 6. 맞벌이 부부에게 피할 수 없는 것이 세탁소 이용입니다. 제 옷들은 거의 집에서 손빨래를 하거나 세탁기가 해주는데 신랑은 정장을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입다 보니 세탁소를 자주 이용하게 됩니다. 편하긴 한데 옷걸이와 그 옷에 쌓여져 있는 비닐이 처치곤란이더라고요. 비닐은 계절별로 사용하지 않는 가방에 뭉뚱그려 넣어두면 가방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옷걸이는 집에서 쓰기도 하지만 너무 많이 쌓여서 생각 끝에 다시 세탁소에 돌려주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세탁소에선 무지 좋아 하시더라고요.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조금씩 바꾸어 가고 있는데 남들 다 하는 것을 이제야 바꾸어 가는 듯해 쑥스럽네요. 이상 50점짜리 주부의 친환경 생활습관이었습니다. 녹색연합과 함께 좀 더 노력해서 70점, 80점 주부가 되도록 애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