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가계부

일의 종류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 것 같다. 일을 하고 돈을 버는 것과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는 것 두 가지 말이다. 전자는 분명 후자에 비해 적은 돈을 벌 가능성이 크다. 일의 가치를 돈의 크기로 재단하지 않고 때로 돈을 포기하면서까지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편으로 고통스럽고 또 한 편으로는 그만큼 일의 가치를 우선하기 때문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모든 것이 선택의 문제라고 할 때 경제적 어려움 없이 사는 것과 보람과 자부심을 갖는 것 중 어느 것을 택하는 것이 사람을 더 행복하게 할까. 지금의 사회 흐름은 보람이나 자부심보다는 돈 많은 것을 택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부정을 저질러도, 남에게 피해를 줄 지라도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능력있는 것이라 박수치는 분위기인 것이다. 왜 이렇게까지 경제적으로 타락했는가를 생각해보면 어이없게도 순진해서이다. 삶에 대한 자기 주관보다는 사회체재에 순응하고 자신의 가치보다는 남과 비교해 뒤쳐질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나약한 존재의식을 갖고 있는 대중들에게 외환위기는 공포심을 안겨주었다. 성실히 열심히 살아왔어도 어느 한 순간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사회적 상처를 안게 된 것이다. 그 상처의 빈틈을 재테크 신화가 비집고 들어왔다. 집으로, 주식으로, 펀드로 쉽게 공돈을 벌 수 있다는 환상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통장 모두를 털어내 부동산을 사십시오’, ‘저축에서 투자로’ 라는 선동에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은 너도나도 빚을 내서 집을 사기 시작했고 그나마 갖고 있던 비상금은 2007년 펀드 광풍에 묻어버리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공돈의 환상이 자라 비윤리적으로 돈을 벌었어도 그것이 능력있는 것이라고 박수치는 분위기에 이른 것은 우리의 근원적인 나약함이 원인이다. 거기에 경제와 금융의 주도권을 가진 일부의 속임수에 당한 것이다. 애초 보통 사람들에게 공돈의 기회는 돌아가지 않는다. 남보다 높은 수익을 챙긴다는 것은 누군가의 손실이 전제될 때 가져지는 머니게임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3억짜리 집을 4억에 팔고 싶은 욕심은 누군가 빚을 내서 4억에 사줄 때 가능한 탐욕이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은 자신의 탐욕을 쉽게 채울 기발한 능력이 없다. 대부분은 나도 하면 될 수 있다는 환상으로 이미 정보력과 투자 밑천에서 한참 우위를 점하는 돈 많은 부자들에게 지는 게임을 자처할 뿐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부동산 머니게임이 지독한 양상으로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가구 당 부채가 4천만원을 넘어섰다. 모든 가구가 4천만원 이상을 갚기 위해 뼈빠지게 일해야 하는 순간 그 채무는 누군가의 부동산 차익 실현으로 이전된다. 녹색은 생명이고 그 생명은 공생과 섬김, 베품과 나눔이라고 한다. 적자생존의 경쟁적 시각으로 자연을 바라보는 것은 파괴적 발상이라는 것이 녹색주의의 출발이라고 한다. 경제야 말로 그 어느 영역보다 녹색주의 실천이 필요한 영역이다. 남보다 더 잘 사는 것, 불편한 윗동네 허름한 주택보다는 아파트에 살아야 하고, 20평형대 보다는 30평형대에 살아야 한다는 욕심은 끝도 없는 물질적 편리만 추구하게 만든다. 모든 현상에는 이면이 존재한다. 우리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는 가치를 무엇에 두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데 그 결정이 주체적이거나 행복을 위한 것이 아닌 경우가 많다. 허름한 주택에서는 아이를 자전거 태우기도 어렵고 놀이터에 가는 것조차 안심하기 힘들다고 하면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하루가 멀게 들려오는 사고 소식에는 민감하지 않다. 불필요한 짐을 잔뜩 소유하고 살면서 더 많은 수납공간이 필요하고 넓은 평수의 아파트에 살고 싶어 한다. 정작 그 수납공간 속 물건은 일년 내 꺼내 쓰지 않는 것이 상당수고 넓은 아파트 청소 때문에 우울증에 걸리는 주부도 있다. 아이를 위해 엄청난 사교육비 부담도 마다않는 사람들이 커다란 냉장고를 소유하고 아이에게 냉장 냉동 식품만을 먹이려고 작정한다. 우리가 선택하는 것들의 본질을 뒤집어 보면 삶의 가치를 중심으로 주체적인 결정을 했다기 보다 광고나 미디어를 통해 학습된 형태로 결정을 강요당해 왔음을 눈치 챌 수 있다. 결과는 더 많이 소유했으나 더 행복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삶을 살기 위해 더 많은 돈이 필요하고 그 돈은 또 다른 유혹, 공돈벌이가 가능하다는 재테크의 유혹에 흔들거리는 것이다. 녹색가계부는 가치없이 물질적 편리만을 추구하는 것을 반성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우리가 경제적으로 조금 불편해진다고 해서 불행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불편한 가계부에서 감동과 공감이 있고 소박한 꿈이 있고 그 꿈을 어렵게 실현해 가는 행복이 만들어질 수 있다. 천원 한 장도 쉽게 쓰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꼬깃꼬깃 적어 만든 가계부는 새싹이 하나 돋기 위해 땅 밑 무수한 미생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감동과 닮은 것이 아닐까. 무조건 더 많이 쓰고 사는 삶을 위해서가 아니라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돈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다짐이 녹색가계부가 만들어내는 경제적 자유이다. [ 녹색가계부 쓰는 요령 ] [1단계] 목표세우기. ‘내 아이에게 유기농으로 먹이기’ 같이 단기적 목표부터 ‘전원주택 사기’ 같이 장기목표를 시기별로 세우는 것이 요령이다. [2단계] 가계부 꾸준히 쓰기. 작심삼일로 끝나는 가계부 작성을 이어가려면 가급적 간단히 정리하는 게 요령이다. 콩나물값, 기저귀값 등 세세한 항목대신 ‘마트 쇼핑’등 큰 항목으로 간단히 정리한다. [3단계] 신용카드 줄이기. 체크카드만 쓰거나 신용카드를 1장으로 통일해서 쓴다. 그러면 인터넷을 통해 사용정보를 모아 인터넷가계부에 정리하기 편하다. [4단계] 가족 동참 시키기. 불필요한 지출, 충동적 소비를 막으려면 가족의 동참은 필수다. 가족이 사용하지 않는 전원을 끄려면 습관을 바꿔야 하고 외식을 줄이려면 욕구를 절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5단계] 대형마트 끊기. 대형마트는 지름신을 부르는 공간이다. 지출 통제가 어려운 사람은 대형마트 가는 습관을 버리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