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고랑 지나 솔탕 넘어 한참을 가다 신작로에 들어서면, 여기쯤이면 좋겠다. 딱 학교가 여기쯤이면 정말 좋겠다하며 볼멘소리했어요. 여름에 햇볕 내리쬐는 신작로를 지나는것도 고역이었고 겨울이면 칼바람 등에 지고 꽁꽁언 논둑길로 내질러 다니곤했지요. 9년동안 그 길을 걸어다녔으니 참 익숙한 길이지요.토끼풀로 반지 만들어 끼고 아카시아를 우물거리며 샘터집 진주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그러다 여름,가을이 지나고 겨울이면 마른 짚늘 곁에서 추위도 녹여가며 꼬박 40분을 걸어다녔어요. 덜컹거리던 오빠의 자전거소리, 바가지머리에 양볼이 발갛게 터진 남동생의 발자국,양산 쓰고 지나가는 엄마의 분냄새가 묻어있는 그 길은 가끔 꿈에도 보입니다. 그런데 얼마전 엄마의 산소에 다녀오며 그 길을 찾았는데 어디를 둘러보아도 보이질않더군요.정겨운 시골길도 개발의 틈새로 사라지고 이젠 추억으로 남겨졌어요. 진작 한번 찾을껄하며 쓴 웃음만 짓고 돌아섰습니다.시멘트속에 갇혀버린 그 길에는 너무나 많은 비밀이 숨어있는데… 이 아쉬움은 꿈에서나 달래야겠어요. 뜨거운 초여름날 문득 생각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