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번째 운행한 생명버스 매달 셋째 주 토요일 골프장 개발 지역 순회, 지난 16일엔 홍천 구만리 전국서 280여명 참여 “공사로 흙·물 오염돼 농민들 삶 파괴될 위기” 2012.06.19 한국일보 “골프장 난개발로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주민들과 사라질 위기에 처한 숲, 수많은 생명들을 지키기 위해 왔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축제에 모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지난 16일 강원 홍천군 북방면 구만리가 모처럼 ‘손님’들로 북적였다. 매달 셋째 주 토요일마다 골프장 개발 지역을 순회하는 ‘생명버스’를 타고 온 사람들이다. 생명버스는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는 지역의 주민과 시민단체가 전국적인 힘을 모으기 위해 조직됐다. 지난해 12월 10일 구만리를 시작으로 강릉 구정리, 원주 구학리 등을 거쳐 벌써 9번째다. 매번 많게는 700명이 생명버스에 올라탔다. 이번에는 유기농산물을 직거래하는 생활협동조합 ‘한살림’ 조합원 128명과 지역의 시민단체 회원, 일반 시민 등 280여명이 서울과 대구 등지에서 모여들었다. 구만리에서는 모든 벼농사를 유기농으로 짓고 있다. 주민들이 골프장 건설 반대에 나서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처음으로 생명버스를 탔다는 김은숙 한살림 서울 남서지부장은 “거대 골프장을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농약을 쓸 텐데 그렇게 흙과 물이 오염되면 농민들이 애써 키워놓은 유기농작물은 다 망치게 된다”며 “씨앗을 뿌리고 거두면서 자연순리대로 살아온 사람들의 삶이 파괴될 위기에 놓여있다”고 호소했다. 초등학교 5학년 딸과 함께 온 이옥순(49)씨는 “37살에 아이를 낳으면서 건강한 먹거리에 더 신경을 쓰게 됐고, 땅과 환경 문제로까지 넓어졌다”며 “딸 아이가 ‘생명이 죽어가는데 누가, 어떻게 골프장 개발 허가를 내줄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묻길래 현장을 보여주기 위해 함께 오게 됐다”고 말했다. 유치원과 중ㆍ고등학교에 다니는 손자들 생각에 생명버스를 탔다는 이경자(65)씨는 “할머니가 되고 보니까 우리 후손들이 평화롭고, 아름답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며 “포화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또 개발을 위해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과 생명이 훼손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주민 80여명은 식사와 떡, 막걸리 등을 내오면서 넉넉한 시골인심을 선보이기도 했다. 경기 의왕시에서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서안나(37)씨는 “주민들이 직접 만든 두부김치와 밥 한 공기가 그분들의 삶이고 땀방울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따뜻해졌다”며 “와서 직접 보니 경치가 참 아름다워 골프장 건설은 꼭 막아야 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서씨는 “내가 농부의 딸이다 보니 농민들의 피를 빨아먹는 정책을 추진하는 걸 그냥 앉아만 볼 수 없어 동참하게 됐다”며 “공사가 멈춘 상태이긴 하지만 개의치 않고 농민들을 찍어 눌러 왔기 때문에 언제 다시 꼼수를 써 공사를 재개할지 알 수 없다”고 걱정했다. 현재 구만리에 들어설 골프장 공사는 지난해 6월 벌목 중 멸종위기종이 훼손된 사실이 확인돼 중단된 상태다. 지난주 화요일부터 매일 서울을 오가며 국회와 광화문에서 일인시위를 하고 있는 반종표 이장은 “이 문제는 지역이기주의가 아닌 유기농사를 짓는 우리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는 12월까지 계속될 생명버스는 다음달 21일 홍천 동막리로 출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