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골프장사업, 빛바랜 공동 환경조사

2011년 2월 15일 | 활동소식

원주 골프장사업, 빛바랜 공동 환경조사 내일신문 2011-02-15 양측 조사결과 부지 내 식물종 50% 이상 불일치 … 조사결과 최종 제출 4일만에 사업허가 원주지역 골프장 건설사업을 놓고 기업과 지역주민이 함께 실시한 환경조사가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차이가 큰 조사결과가 있음에도 검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서둘러 협의를 완료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지난 10일 녹색연합은 18홀 골프장 건설이 예정돼 있는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 구학리 일대 86만여㎡ 부지에 대해 (주)여산레저 측과 공동으로 생태계 환경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 조사는 가을~겨울에 해당하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 중순까지 약 4개월간 진행됐다. 여산레저와 녹색연합은 이 기간동안 각자 현장조사를 완료해 결과를 환경청에 알리기로 합의했다. ◆남쪽에 사는 식물종이 중부에서 발견? = 가장 큰 차이가 난 부분은 식물 종이었다. 조사결과 주민들은 485종, 여산레저 측은 440종의 식물 종이 서식함을 확인했다. 문제는 양쪽 조사에서 공통으로 확인된 종이 296종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양쪽에서 확인한 종을 합산한 629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에 대해 원주환경청은 멸종위기종이 발견되지 않았으므로 대수롭지 않다는 입장이다. 원주청 관계자는 “일반적인 식물들을 조사한 결과에 불과하다”며 “양쪽 다 전문가들이 조사했음에도 상이한 것을 놓고 잘잘못을 따질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멸종위기종 뿐만 아니라 특산종, 희귀종 등도 다수 발견돼 무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당시 조사에 참여한 송흥선 민속식물연구소 소장은 “보통 오차범위가 10% 이내인데 50%는 상당한 차이”라며 “이 수준의 차이가 나타난다면 조사 신빙성이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여산레저 측의 조사결과 속에는 해당 지역에서 자생할 수 없는 종도 다수 포함돼 있다는 지적이다. 송 교수에 따르면 여산레저 측이 확인한 식물종 중 까마귀머루, 감태나무 같은 종은 전북이남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완전한 남부수종으로 생태적으로 중부에서 서식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수달 서식지 놓고 팽팽한 이견 = 멸종위기종 동물인 수달의 서식지에 대한 의견도 좁혀지지 않고 있다. 여산레저는 수달이 공사부지와 수km 떨어진 제천천, 주포천에서 주로 서식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부지 인근에 해당하는 황학천, 종림천을 따라 먹이활동이나 이동을 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판단,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봤다. 반면 주민측이 조사를 의뢰한 전문가들은 황학천 일대에서 다수의 배설물을 발견, 해당 유역에 대한 개발사업이 수달 서식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외에도 부지에서 조사된 어류, 조류, 양서류 생태계에 대해 여산레저는 공사를 전제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한다는 입장인 반면 주민들은 사전환경성 검토 수준의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공동조사 결과가 이렇게 엇갈린 가운데 원주지방환경청은 지난 1월 19일 여산레저의 환경영향평가서의 협의의견을 통보, 사실상 사업을 허가했다. 여산레저 측 최종 공동조사(1월 13~15일)가 완료되고 평가서가 제출된 지 나흘만이다. 환경청 관계자는 “1월 7일 접수된 녹색연합 측의 조사결과와 15일 접수된 최종 평가서를 모두 충분히 반영했다”고 밝혔다.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공동조사가 사업허가를 위한 요식행위로 전락했다는 비판 때문이다. 이승현 녹색연합 사무국장은 “공동조사 결과는 원래 환경영향평가서 보완서가 아닌 본안에 반영키로 한 것”이라며 “공동조사결과가 판이함에도 불과 나흘만에 허가를 내준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원주환경청은 2009년, 여산레저와 시 측에 골프장 부지 일대에 대한 주민과의 공동조사 요청 공문을 보낸 바 있다.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에 조사결과를 반영하라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듬해 공동조사를 거부하던 여산레저의 환경영향평가서를 접수받아 주민들의 반발을 샀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