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연기념물, 화재에 ‘무방비’

2010년 2월 9일 | 활동소식

▲ 천연기념물 498호 평창 운교리 밤나무 (사진=문화재청 제공) 나무 천연기념물, 화재에 ‘무방비’ 문화재 보호에만 관심 집중… 수목 천연기념물은 기본 계획조차 수립돼 있지 않아 춘천CBS 2010-02-08 7일 낮 12시 50분쯤 강원도 평창군 방림면 운교리 야산에 산불이 발생했다. 이 산에는 지난해 12월 동일 수종 가운데 유일하게 천연기념물(제498호)로 지정된 밤나무(수령 370년 추정)가 서식하고 있었다. 다행히 불은 밤나무 근처의 낙엽만 태우고 다른 수목으로 옮겨 붙었지만 진화가 늦었거나 바람의 방향만 바뀌었어도 피해가 불가피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평창 운교리 밤나무는 재래종 밤나무 중 가장 크고 오래됐을 뿐 아니라 생육이 양호하고 재래종 과일나무로서 학술적 가치가 높아 2008년 12월 문화재청 직권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그러나 이 밤나무 주변에는 산불을 감시할 관리인과 CCTV는 물론, 기본적인 화재 방재시설조차 갖춰져 있지 않아 또 다시 산불이 발생한다면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전국의 ‘수목’ 천연기념물의 사정도 마찬가지라는 것. 문화재청에 따르면 현재 516호까지 지정된 천연기념물 가운데 수목 천연기념물은 절반 수준인 252건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화재 예방대책은 다른 문화재에 밀려 기본 계획조차 수립돼 있지 않다. 주무부서인 문화재청관계자는 “숭례문 방화사건 이후 문화재 관리 매뉴얼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며 “현재 국보와 보물, 민속자료 분야에 화재 예방 대책이 수립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천연기념물에 대해서는 “계획과 시기가 정해지지 않았다”며 단계적 검토 가능성만을 언급했다. 1차 관리책임이 있는 자치단체 역시 예산확보 문제와 정책적 지원 미비 등을 이유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강원도청관계자는 “가장 현실적인 것은 천연기념물 주변에 전담 관리인을 배정하는 것이지만 숭례문 사건 이후에만 문화재 보호에 관심이 높아졌을뿐 최근에는 예산 확보도 어려워 천연기념물 관리 수준까지 보완하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고 말했다. 평창군 역시 천연기념물 밤나무 주변에 울타리는 설치했지만 정확한 지침이나 예산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자체적으로 화재 대책을 세울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천연기념물의 ‘특성’을 고려한 적극적인 행정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원주녹색연합 이승현 사무국장은 “모든 문화재가 중요하지만 특히 천연기념물은 수목의 특성상 한번 소실되면 복원이 불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천연기념물의 가치에 대한 재평가와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관리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상지대 산림과학과 엄태원 교수도 “천연기념물 1개가 사라지면 그 종 자체가 지구상에서 다시는 찾아볼 수 없게 되는 결과”라며 “화재를 비롯한 각종 피해 예방책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하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정민 기자 jmpark@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