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현장24] 엉터리 골프장 산림조사

2009년 11월 16일 | 활동소식

[현장24] 엉터리 골프장 산림조사 YTN 2009-11-16 [앵커멘트] 산을 깎아 골프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의 나무 높이나 두께, 수령, 밀도 등을 미리 조사해야 합니다. 산지 전용 가능 여부를 알기 위해 실시하는 이런 조사를 ‘입목축적’ 조사라고 하는데요, 현행법상 골프장 개발업체측이 관련 자격을 가진 사람에게 용역을 줘 입목축적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조사가 과연 제대로 이뤄지고 있을까요? 지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18홀 골프장이 조성되고 있는 강원도 횡성의 한 야산. 이미 상당 수의 나무들이 잘려나가 여기 저기 나뒹굴고 있습니다. 이 지역에 나무가 얼마나 있는지를 알기 위해 골프장측이 작성해 제출한 표준지 재적조서. 73만㎡ 부지에 74개의 표준지를 지정해 나무 상태를 조사했습니다. 벨 수 없는 소나무를 제외하고 가장 굵은 나무가 지름 30㎝의 낙엽송으로 적혀 있습니다. 키가 가장 큰 나무도 19m 높이의 은사시나무로 기록돼 있습니다. 실제 그럴까. 업체측의 방법대로 표준지 1곳을 정해 전문가와 함께 다시 측정했습니다. 30㎝ 두께의 나무는 셀 수도 없고 지름이 40㎝가 넘는 아름드리 활엽수도 발견됐습니다. 높이 역시 25m를 넘는 나무들이 수두룩합니다. 나무의 빽빽함, 임목재적 수치는 ha당 207㎥가 나왔습니다. 관할 자치단체 기준으로 볼 때 골프장 조성이 불가능한 지역입니다. [인터뷰:박기복, 산림조사 전문가] “지금 대충 보셔도 두께가 지금 40cm 정도 되고요. 높이는 보통 25m 이상 되는 나무가 아주 많습니다. 그런데 산림조사서 상에는 굉장히 나무 높이나 두께를 낮춰 놓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엉뚱한 지역에서 산림조사를 실시한 경우도 있습니다. 업체측이 조사를 했다고 표기한 곳을 위성항법장치, GPS를 이용해 찾아가 봤습니다. 골프장측이 산림조사 표준지역으로 정해 조사한 지역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골프장 밖에 위치해 골프장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곳입니다. 그럴 리가 없다던 골프장측은 재조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골프장 업체 관계자] “그 쪽에서 같이 들어와가지고 확인을 한 번 해보자 그랬어요. 저도 제가 직접 조사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래서 한 번 다 같이 확인을 하기로 했어요.” 관계기관은 이런 사실을 전혀 검증하지 못 했습니다. 오히려 3년전 대규모 솎아베기 사업, 간벌이 이 지역에서 이뤄져 그 수치를 조사서에 포함시켜야 하지만 누락시킨 채 인허가를 내줬습니다. [인터뷰:횡성군 관계자] “누락된 것은 어쨌든 사실이니까요. 그 것에 대해서는 저희도 인정을 합니다. 인정은 다 하고요. 그 것이 허가 기준에 뭐 미치느냐 안미치느냐 그런 범위이기 때문에 저희가 행정적인 착오 부분에 대해서…” 이처럼 잘못된 산림조사가 가능한 이유는 입목축적 조사를 개발업자가 직접 용역업체에 맡기고 인허가기관이 그대로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이승현, 원주녹색연합 사무국장] “입목축적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조사업체를 개발사업자가 선정하고 또 비용까지 지출하거든요. 그러다보니까 정확하고 제대로 된 조사가 될 수 없는 것이죠.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라고 생각합니다.” 무차별 개발을 막고 우수한 산림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입목축적 조사 제도. 하지만 개발업자에게 조사를 맡기다 보니 입목축적 때문에 골프장 조성에 제동이 걸리는 일은 아예 발생하지 않는 허울 뿐인 제도로 전락했습니다. YTN 지환[haji@ytn.co.kr]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