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긁고·파내고 ‘친환경 역행하는 원주천 하천정화사업’

2009년 3월 2일 | 활동소식

원주천 하천정화사업 하천 생태계 파괴 바닥 긁고·파내고 ‘친환경 역행하는 원주천 하천정화사업’ 2009년 03월 02일 김선기 기자 원주투데이 원주천 친환경 하천정화사업에 대한 논란이 가속화되고 있다. 현재 정화사업이 진행되는 구간은 반곡동 월운정보에서 입춘내천 합류부까지이며 시는 국비가 확보되면 개봉교에서 치악교 구간에 대한 추가 공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치악교에서 우산동 북원교(학다리)까지 기본·실시설계도 계획하고 있다. 원주시는 “오염이 심화된 원주천 수질환경 보존을 위해 하천의 치수기능을 확보하면서 사람과 생물이 공존할 수 있는 하천으로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와 환경단체는 현재 진행되는 공사가 사업목적과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며 강력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이미 공사가 많이 진행된 현재 구간은 어쩔 수 없더라도 앞으로 계획된 하류 쪽 공사는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친환경 하천정화사업의 문제점을 분석해 본다. “이것이 자연하천 복원입니까” 시민 임모 씨는 지난달 16일 인터넷 민원을 통해 “공사 전 원주천에 있던 그 많은 물고기와 갈대 숲, 수중식생을 포크레인으로 모두 다 엎어버리고 짓밟고 있는데 이것이 어떻게 자연하천 복원인가?”라며 “어떤 기준으로 공사를 진행하는지, 공사 전 충분한 생태조사는 있었는지, 현재 공법은 문제가 없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원주시는 답변을 통해 “저수호안 폭을 확장해 수해 시 인명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사업”이라며 “사업구간 내 저수로 하상이 높아 준설(사토)을 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어 “갈대, 부들, 달부리풀, 갯버들 등 향토수종으로 식재해 친환경적인 원주천 조성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질문과 답변에 온도차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민원인은 생태계 파괴를 걱정한 반면, 원주시는 수해 예방에 중점을 두며 생태계 파괴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 원주시 입장대로라면 사업의 목적 중 하나인 ‘사람과 생물이 공존할 수 있는 하천’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서울대 지리학과 대학원 이차복(42·단구동) 씨는 “사업의 주요 목표로 수질정화와 치수를 내세우고 있으나 현재 공사가 진행되는 구간은 수질이 양호하고 홍수위험이 없는 구간”이라며 “정비사업의 목표를 대상 하천의 특성에 맞게 정확히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하천환경 가급적 훼손말아야” 정부에서는 2002년 자연친화적 하천관리지침(이하 지침)을 만들었다. 자치단체 등 각 기관에서 다양하게 시행하는 하천환경 정비사업의 통합지침으로, 정부에서는 2002년과 2006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이 지침을 홈페이지에 올리고 자연친화적 하천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지침에는 “자연 친화적 하천관리는 현재의 하천환경을 가급적 훼손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하며 본래의 하천환경 모습에 가깝게 유지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어 “치수와 이수 기능까지 저해하면서 하천환경을 정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치수·이수 기능을 정비하고자 하천환경을 저해하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제한 후 “자연 친화적인 하천관리는 하천이 갖는 자연성을 최대로 살리면서 그 본래의 역할 또는 기능이 상실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자연친화적 하천관리는 여울·소, 우각호(牛角湖), 홍수터 공간의 하도습지 등을 생태계 서식지 및 홍수 저류공간으로 보존하고 복원해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원주시가 진행하는 공사는 이와 같은 지침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원주시 “생태파괴 인정하지만…” 현재 진행되는 공사의 문제는 크게 4가지로 요약된다. 어류 등 수중 동·식물의 서식처인 하상을 파괴하는 문제와 하상의 폭을 확장하는 문제, 호안재료로 전석을 이용하는 문제, 사전·사후 모니터링 부재 등을 들 수 있다. 원주시 관계자는 “현재 진행하는 공사가 어류 등 생태계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홍수빈도가 30년에서 80년으로 변경됐기 때문에 준설과 하상 폭을 넓히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어 “하폭이 좁고 토목 구조물이 많아 하상을 훼손하지 않고서는 공사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80년에 한번 올 수 있는 대규모 홍수에 대비해 하천정비 사업을 해야하기 때문에 하천 바닥을 파낼 수 밖에 없으며, 하천의 폭을 확대하는 것도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원주시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 해도 자연 친화적 관리에서 가장 중요시 되는 “하천환경을 가급적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침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하상파괴, 수질정화기능 제거” 이차복 씨는 “하상 파괴는 기존 하천생태계를 모두 파괴하고, 하상에 서식하는 미생물과 수변식물이 갖는 수질정화기능을 모두 제거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원활한 작업을 위해 부득이하게 하상을 훼손할 수 밖에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으나 공사과정에서 나오는 골재와 전석, 폐콘크리트를 쌓아둘 공간으로 하상을 이용하는 것은 공사 편의주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정부 지침에서도 하상 굴착이나 준설을 통한 하상파괴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지침에는 “굴착방식에 따라 일차적으로 하상 평탄화를 초래할 수 있으며 여러 생물의 서식처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여울과 소가 사라질 수 있다. 암반까지 굴착한 경우 하상의 공극이 없어지게 돼 하상 저생 생물들의 서식처가 소멸된다”고 돼 있다. 또한 어류 서식 및 산란장 파괴, 동·식물 종의 연속성 파괴, 수생곤충 감소, 나뭇잎 등의 유입감소에 따른 수중 유기체의 먹이감소, 자정능력 감소 등을 굴착의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상지대 최준길 교수는 “하상구조가 변화되면 어류 등은 서식처를 떠날 수 밖에 없다”며 “자연형 하천 조성이라는 것과 현재 진행되는 공사는 잘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하폭 확대, 생태계 파괴와 부영양화 가속” 정부는 지침을 통해 “하상 폭을 확대하는 것은 유하 능력을 증대시켜 치수 안전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시행된다”고 전제 한 후 “단순하게 하상 폭을 확대하는 것은 평상 시 수심을 작게 하고 흐름을 일정하게 해 어류 등 수생식물의 서식환경 악화를 초래하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이차복 씨는 “현재 공사구간의 평소 유량은 산지하천의 특성상 매우 적은 상태인데, 하상의 폭을 대폭 확대하면 유속과 수심의 저하로 수질이 크게 악화되고 생물 서식처 기능을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홍수위험 방지를 위해 하상 폭을 넓힌다는 주장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구체적 자료를 찾기 어렵고, 홍수대비 통수면적의 증대가 필요하다면 하도를 넓히기 보다는 둔치의 높이를 낮추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승현 원주녹색연합 사무국장도 “유속과 수심의 저하는 수온을 상승시켜 부영양화를 가속화 해 결국 어류 등 수중 동·식물이 살 수 없는 환경을 만들 수 밖에 없다”며 “하상 폭을 넓히고 전석을 쌓은 상류지역은 2년이 지났음에도 생태계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석쌓기, 하천과 수변생태계 단절 전석쌓기도 논란이 되고 있다. 원주시는 홍수 시 호안 유실을 방지하기위해 전석쌓기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석쌓기는 호안에 식생의 생육을 불가능하게 해 하천과 수변 생태계의 단절을 가져온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한, 어류 피난처 제공과 수변 생물들의 서식처 제공 등 호안 식생의 기능이 상실되는 문제도 있다. 이승현 사무국장은 “전석을 쌓은 상류지역을 보면 전석 사이로 식물들이 거의 자라지 못하고 있다”며 “전석쌓기는 어류뿐만아니라 조류와 곤충류의 서식처, 산란처를 파괴할 뿐이다”라고 밝혔다. 또 “전석보다는 친환경적이고 호안유지 기능도 할 수 있는 재료들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산만 낭비하고 하천환경 악화될 수 있다” 원주시 관계자는 “홍수빈도를 80년으로 책정했기 때문에 하류 구간에 대한 정비사업 역시 현재 진행되는 곳과 유사하게 진행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현재 진행되는 형태와 유사하게 하천정비 사업이 계속되면 원주천은 전체가 죽음의 하천이 될 수 밖에 없다”며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치수적 가치와 하천 생태계 환경적 가치가 충돌하는 형국이다. 이승현 사무국장은 “치수적 가치와 생태적 가치 모두 중요하고 잘 조화를 이뤄야 하지만 현재 진행되는 공사는 치수에만 매몰돼 생태적 가치는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다”며 “하상파괴, 하상 폭 확대, 전석쌓기에 따른 생태환경 파괴를 막을 수 있는 대안이 충분히 있음에도 이처럼 공사를 진행하는 것은 올바른 친환경 하천정비사업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또한 “공사 전후 생태계와 적용공법 등을 모니터링해 유사한 자연 친화적 하천정비 사업을 시행할 때 참고자료로 활용하는 시스템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차복 씨는 “사전에 하천지형 및 생태계를 조사하고 하천환경의 건전화에 장애가 되는 요소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원주천의 특성과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반적인 목표만으로 공사를 진행하면 오히려 기존의 하천환경을 악화시켜 예산만 낭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간과 비용 문제 등 공사를 하는데 있어 현실적인 제약조건이 따르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연형’이라는 주제가 부끄럽지 않게 실질적인 참여가 보장되는 열린행정을 통해 하천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을 대안마련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김선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