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뉴스] 골프장 건설 ‘이상한 환경조사’

2008년 10월 16일 | 활동소식

골프장 건설 ‘이상한 환경조사’ MBC[뉴스데스크] 2008.10.16 ◀ANC▶ 골프장을 지으려면 환경 보고서를 만들어야 하고 여기에 별 문제가 없어야 공사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이 보고서 작성에 골프장 사업자가 돈을 냅니다. 이런 구조라면 돈이 바라는 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 애들도 압니다. 최훈 기자가 실제 사례를 보여드리겠습니다. ◀VCR▶ 18홀짜리 골프장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강원도 원주의 구학산, 사람들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아 자연이 그대로 잘 보존돼 있는 곳입니다. 이곳을 골프장으로 개발하려는 한 업체가 제출한 사전 환경성 검토서. 희귀 동식물도 없고 골프장으로 개발해도 환경에 별 문제가 없다고 돼 있습니다. 정말 그럴까, 직접 예정지를 찾아가 봤습니다. 산을 조금 올랐더니, 동이나물과 촛대승마, 처녀치마 등 각종 희귀식물들이 곳곳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산림청 지정 희귀특산종인 쥐방울 덩굴도 쉽게 찾을 수 있었지만, 검토서에는 없습니다. 식물뿐만이 아닙니다. 깨끗한 물에서만 자라는 가재, 천연기념물인 수달의 배설물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INT▶이승현 사무국장/ 원주 녹색연합 “바위에 단단하게 붙어 있고요. 이렇게 특유의 비린내가 납니다. 물고기를 많이 먹다 보니까 배설물 안에 잔 물고기들의 뼈들이…” 산 중턱에는 보존가치가 매우 높은 습지도 있습니다. 왕미꾸리광이와 솔방울 고랭이 같은 희귀한 습지 식물이 가득하지만, 역시 검토서에는 빠져 있습니다. ◀INT▶송홍선 박사/ 민속식물 연구소 “산림 내에 초원 습지가 있다는 것이 우리나라에서도, 원주지역 뿐만 아니라 많이 볼 수는 없는 거예요.” 그런데 최근 누군가 일부만 남겨둔 채 습지를 대부분을 메밀밭으로 바꿔 놓았습니다. ◀INT▶식물박사 “이 넓은 면적이 다 초원 습지였어요. 지금 여기처럼. 야~ 완전히 갈아엎었네.” 다른 골프장 예정지들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삼지구엽초와 구상난풀처럼 희귀한 식물들이 여기저기서 자라고 있고, 천연기념물 하늘다람쥐의 둥지도 곳곳에 널려 있습니다. 멸종 위기종인 삵과, 오소리의 흔적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INT▶조범준 자문위원/ 원주지방 환경청 “동물이 사는데도 안 산다고 쓸 거 같으면 과연 이 평가를 해야 할 의미가 있겠는가. 그건 개발업자들의 개발의 빌미, 면죄부를 주기 위한 거지.” 자연을 일부러 훼손한 흔적도 발견됩니다. 이렇게 크고 오래된 나무는 아예 베어버렸습니다. 숲의 가치를 떨어뜨려 허가를 쉽게 받기 위해서입니다. 이런 불법 벌목으로 이 지역의 녹지자연도는 7등급에서 5-6등급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런데도 환경성 검토 보고서에는 이런 내용이 들어있지 않습니다. 이 같은 잘못된 환경 평가가 가능한 이유는 사전 환경성 검토를 개발업자가 직접 용역업체에 맡기기 때문입니다. 개발업자의 비용으로 조사를 하다 보니 그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INT▶장천수 과장/ 원주지방환경청 “사업하는 사람이 우리한테 먼저 하겠다고 들어오는 게 아니고, 땅을 사 놓고 용역 다 줘가지고 책(검토서)을 우리한테 내는 거니까 그 땐 벌써…” 사전 환경성 검토제도는, 무분별한 개발을 막고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만든 제도입니다. 그러나 환경조사를 개발업자에게 맡기다보니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 허술한 제도의 이면에서 올해만 전국에서 100개 가까운 골프장 건설이 새롭게 추진되고 있습니다. MBC 뉴스 최훈입니다. (최 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