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전 발생… 미군 원상복구 ‘외면’ [월요현장] 원주 미군 캠프롱 기름 유출 유출 사실 시인… 공동조사 계속 거부 농지·배수로 오염 심각 ‘농업인 시름’ 2008년 10월 13일 (월) 강원도민일보 차득남 ▲ 원주 미군부대 캠프롱 주변지역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이 기름 유출 현장을 돌아보고 있다. 지난 주말 원주 미군부대 캠프롱 인근 논밭. 추수를 앞둔 황금들녘은 여느 농촌마을처럼 평온해 보였지만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농민들의 이마에는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밭일을 하고 있던 임종식(77·원주시 태장동)씨는 “미군부대에서 기름이 유출됐지만 아직 정밀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농사에 필요한 물 끌어다 쓰려해도 꺼려지고 흙 묻은 손을 한번 씻으려 해도 멈칫하게 된다”며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지 뭐”라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미군 캠프롱 유류저장탱크에서 부대 밖 인근 배수로와 농지에 다량의 기름이 유출된 것이 지난 3월 12일, 벌써 7개월이 지나고 있다. 하지만 미군이 공동조사를 계속 거부하면서 현재 한미 공동조사는 사실상 무산돼 기름유출에 따른 주민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 3월 미군 캠프롱의 기름유출 당시 원주시와 환경단체는 하루 동안 150ℓ의 기름을 수거했으나 기름이 지하에서 계속 지표면으로 솟아올라오고 있어 훨씬 많은 양의 기름이 유출된 것으로 추정했다. 원주지방환경청이 부대 밖 배수로에서 채취한 토양 농도를 분석한 결과 석유계 총탄화수소(TPH) 수치가 우려기준(2000㎎/㎏)을 10배 이상 초과한 2만4000㎎/㎏으로 확인됐다. 임씨는 “부대 근처 배수로 전체가 기름이어서 물이 안보일 정도였다”며 “그 전에도 배수로에서 기름이 조금씩 보이긴 했지만 올 봄에는 냄새도 그렇고 양도 그렇고 아주 심각했지”라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조상 대대로 이곳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원종열(70·원주시 태장동)씨 역시 캠프롱에서 흘러나온 기름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 원씨는 “300년도 넘게 조상대대로 물려온 땅을 어떻게 떠나 보네”라며 “전쟁 때문에 이곳에 미군이 들어왔고 얼마동안 주둔하다 우리에게 고스란히 다시 땅을 돌려주고 떠날 줄 알았는데 여전히 남아 있다”며 오랜 기간 미군 주둔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원씨는 “정확히 언제부터 기름이 흘러 스며들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미 많은 양의 기름이 땅 속으로 들어갔을 테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땅이 병들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며 “오염된 땅을 후손에게 넘겨주기가 너무 조심스럽다”고 대책마련을 호소했다. 농민들의 바람과 달리 현재 미군측은 사실상 한미 공동조사를 거부하고 있다. 7개월 전 기름이 유출됐을 당시만 해도 미군 측은 “유류탱크 지하 배관에서 기름이 누출됐다”고 기름유출을 시인해 사건 해결 의지를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미군 측은 환경부 및 원주시와 합동으로 현장을 확인하고 복구 방안 등을 논의하려던 계획을 돌연 취소하면서 시간끌기에 들어갔다. 특히 미군은 사건 발생 9일이 지나서야 한미 공동조사를 위한 실무그룹을 구성했지만 이후 늑장대응으로 일관, 원주시와 환경단체들의 지속적인 요구 끝에 마지못해 3차례의 실무회의를 개최했지만 부대 안의 공동조사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미군이 시간을 끌면서 공동조사를 거부하고 있는 동안 부대 인근의 또 다른 지역에서 석유계총탄화수소(TPH)가 오염기준치(500㎎/㎏)를 4배 초과(2000㎎/㎏)해 검출되는 등 부대 주변지역의 토양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승현 원주녹색연합 사무국장은 “미군은 한국의 환경주권을 침해하고 토양오염으로 피해 받은 주민들을 외면하고 있다”며 “모든 시민의 역량을 결집시킨 범시민대책위원를 구성해 미군측의 사과는 물론 한미 공동조사 착수, 오염자 부담, 재발방지 등 기름유출에 대한 미군 측의 해결 약속을 반드시 받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주/차득남 cdn486@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