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호남의 정기

2005년 7월 6일 | 자료집

녹색연합, 7개월 걸친 호남정맥 조사결과 “환경훼손 심각” 미디어다음 / 김준진 기자 백두산에서부터 굽이쳐 내려온 백두대간이 지리산에서 처음으로 가지를 치며 뻗어나간 것이 호남정맥. 이후 호남정맥은 남도의 끝 없는 평야를 가르며 땅끝까지 내달린다. 백두대간에 이어 우리나라 제2의 주요 생태축으로 꼽히는 호남정맥이 난개발과 시대착오적인 산림정책 등으로 시달리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지금까지 백두대간으로 쏠린 생태적 관심의 편향을 전 국토로 그 시선을 확대해가는 과정에서 나온 것. 녹색연합은 6일 지난 7개월 동안 호남정맥 환경실태조사를 발표하고 “호남정맥 곳곳에서 도로와 광산, 군사시설, 공원묘지, 산림벌목 등으로 환경훼손과 생태계파괴가 이뤄지고 있었다”며 “호남정맥관리법 제정 등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호남정맥은 백두대간 영취산에서 갈라져 전남 광양의 백운산까지 이어진다. 마이산, 내장산, 무등산, 백운산, 달마산 등 호남의 명산을 아우르고 섬진강과 만경강, 금강, 영산강 등 호남지역 주요 젖줄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호남정맥은 야생동식물의 서식지로서 남도 생태축을 이루고 있다. 이 같은 호남정맥의 생태적 숨통을 끊어놓고 있는 원인으로 녹색연합은 우선 70개소에 이르는 도로를 지목했다. 녹색연합측은 “462km에 이르는 호남정맥에 70개소의 포장도로가 곳곳 주요 축을 관통하고 있다”며 “호남의 자연생태계가 6.6.km마다 끊어져 있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이는 야생동물의 서식지 반경이 6.6km에 불과하다는 의미로 산양과 수달, 삵, 담비 등 주요 멸종 위기종들이 살기 힘든 생태환경이라는 것. 특히 전북 장수와 진안 일대의 도로는 마구잡이로 개설해 장마 등 집중호우에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녹색연합측은 밝혔다. 또 녹색연합은 “버려진 광산들 때문에 산림훼손이 심각하게 나타났다”며 “10여 개의 광산이 호남정맥 곳곳에서 복원되지도 않은 채 흉물처럼 방치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전남 순천의 청소리 폐광은 4년 가까이 버려진 채 각종 특수폐기물 수백톤이 널려 있었다는 것. 녹색연합은 이미 하류에 대형 댐이 들어서 있는데도 불구하고 상류에 다시 댐을 지어 전형적인 예산낭비와 환경파괴를 가져온 사례도 들었다. 전남 장수군의 장안산 덕산 계곡은 섬진강 최상류 지점으로 예전부터 수달의 천국인 생태계 보고였다. 그러나 이 곳은 현재 ‘용림지구 농촌용수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용림제 건설이 진행되고 있고 이에 먼지투성이 공사현장으로 돌변했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호남정맥은 도로와 댐 등 국책사업과 별도로 다양한 형태의 환경파괴가 진행되고 있다. 환경관리에는 무관심해 보이는 군사시설이 곳곳에 방치돼 산림을 오염시키고 있다. 게다가 주화산 공원 묘지 사업은 호남과 충청을 잇는 생태계의 정점을 거대한 무덤으로 만들고 있다. 산림 경영을 위해 만든 임도도 오히려 산림 생태계를 절단하고 산사태 등 재해를 유발하고 있다. 시대착오적인 산림정책은 자연림을 베어내고 오히려 외래 수종을 심어 생태계의 교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녹색연합은 ▲추가적인 도로건설 중단 및 훼손도로 절개지 복원 ▲각종 광산 주변 생태복원 ▲무분별한 임도건설과 수종갱신사업 중단 ▲호남정맥의 관리와 보존을 위한 호남정맥관리법 제정 등의 대책을 정부와 지자체에 촉구했다. 서재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은 “사회적으로 호남소외론이 제기됐던 것처럼 이번 조사결과 나타난 호남정맥의 생태계 파괴 현장은 무관심의 현장이었다”며 “생태적인 차원에서 균형발전을 위해서도 호남의 정기이자 생태축인 호남정맥 되살리기가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