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좋은 곳, 성황림

2010년 4월 13일 | 보도자료

[원주투데이 기고]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좋은 곳, 성황림 원주녹색연합 사무국장 이승현 원주시 신림면 성남리 성황림은 일찍이 학술적 보전가치를 인정받아 일제 강점기인 1933 ~ 40년까지‘조선보물고적명승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고, 해방 후인 62년 다시 천연기념물 제93호로 지정되었으며, 2007년에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이 국립공원 내에서도 보호할 가치가 높은 주요 자원보호를 위해 지정한‘특별보호구’가 되었다. 신림면‘성황림’의 보존 가치를 알 수 있는 내용들이다. 2007년 치악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가 시행한 식물 상 조사에서도 총 307종이 조사되어 온대낙엽활엽수림의 다양한 풀꽃 나무가 살고 있는 대표적인 공간임이 다시 한 번 확인되었다. 양지를 좋아하는 식물, 음지를 좋아하는 식물, 습지를 좋아하는 식물들이 함께 살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기에 이처럼 다양한 풀꽃 나무들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성황림은 196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후 89년 학계의 요구로 원주시가 보호철책을 두르고 사람의 출입을 통제하기 전까지는 차가 다니고 사람들이 피서를 즐기기 위해 찾는 곳으로 방치되고 훼손되었었다. 현재 성황림의 모습은 20여년 이상 사람의 접근이 차단되면서 서서히 본래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는 과정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원주시와 문화관광부는 숲을 주민들에게 돌려준다며 성황림을 개방하겠다고 한다. 인간의 간섭이 최소화 될 수 있도록 탐방로를 설치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사람들이 드나들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시설물이 자리하고 사람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는데 성황림이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할 수 있을까?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하나, 사람들이 드나들게 되면 외래종이 유입되면서 기존 성황림 내의 식물생태계가 교란될 것이다. 성황림의 주인으로 살고 있던 기존 식물들이 외래종에게 밀려나는 것이다. 외래종이 넘쳐나면 우리지역의 자랑인 성황림은 그 만큼의 가치도 상실될 것이다. 둘, 시설물이 설치되고 사람의 진․출입이 잦아지면서 음산할 정도로 울창하던 숲 그늘이 일부라도 열리게 될 것이다. 그러면 식물 생육에 영향을 미치는 빛과 바람의 양이 달라지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종들이 자라나면서 또 다시 교란이 올 것이다. 성황림은 아직도 제 모습 찾기가 진행 중 인 곳인데 말이다. 셋, 성황림에는 많은 노거수들이 살고 있고 이 또한 성황림 만의 특징이다. 나이든 나무는 젊은 나무보다 변화된 환경에 더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사람들의 잦은 방문에 노거수들은 다양한 원인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더 빨리 고사할 수 있다. 오래된 나무는 몇 십년 정도의 기다림으로 만날 수 없다. 몇 세대는 지나야 만날 수 있는 존재이다. 넷,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성황림은 82년 보호철책이 둘러진 이후 이전의 상처를 치유하고 숲의 온전한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는 과정에 있다. 치악산 국립공원에서 사람의 출입을 통제 보호하는‘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한지도 3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또다시 개방을 이야기하는 것은 인간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무모한 행위가 아닌지 되짚어 보았으면 한다. 우리는 성황림에 드나들지 못했던 20여 년간 그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원주의 자랑으로 여기며 뿌듯해 해왔다. 사람보다는 그 안에 살고 있는 수많은 다른 생명들이 우선시 되는 생명의 공간을 굳이 개방해야할 이유가 있을까. 그저 바라면 보아도 좋은 곳으로, 사람이 아닌 다른 생명들의 진정한 삶터로 영원히 기억되는 성황림으로 보존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