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포럼]강원도 디자인

2008년 2월 19일 | 보도자료

강원도 디자인 강원일보 2008-2-18 얼마 전 무심코 광화문 앞을 지나가다가 깜짝 놀랐다. 예상치 못했던 경복궁 뒤편의 북한산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가? 아주 가까이에 뾰족한 산봉우리가 맑은 하늘과 잘 어우러져 한 눈에 들어왔다. 기분이 매우 좋았다. 광화문을 원형 복원하겠다고 해체하여 생긴 한시적인 풍경이다. 내심 복원하지 말고 그냥 놔두면 좋겠다는 생각조차 들었다. 인간의 필요에 의해 도시공간은 신이 주신 아름다운 자연이 사라지고 온통 잡동사니 같은 인공시설물로 꽉 채워져 있다. 인간이 꾸민 디자인이 아무리 아름답다 해도 신이 주신 자연의 선물만큼 아름다울까 생각해 본다. 요즈음 전국이 마치 ‘디자인 전쟁’ 이라도 하듯 들끓고 있다. 정부는 물론 지방도 온통 디자인에 관심을 갖고 있다. ‘디자인’이 좋아야 국가 경쟁력이 있고 도시가 살아날 수 있다는 거대한 이상을 갖게 된 듯하다. 서울시는 ‘디자인 서울총괄본부’를, 강원도는 ‘디자인 강원총괄본부’를 신설하였다. 얼마 전 대통령직 인수위는 ‘디자인 코리아 프로젝트’를, 강원도는 ‘디자인 강원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정부나 지방이나 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동안 디자인은 개인적 취향에 머물러 있었으나 이젠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할 정도로 도시환경에도 관심을 보이게 되었다. 다만 디자인하고자 하는 지역에 대한 자연환경, 역사문화, 그리고 인간적 배려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기보다는 가로공간이 안고 있는 현실적 문제점, 즉 간판이라든가 가로시설물 등의 시각적인 문제해결에만 접근하고 있어 걱정스럽다. 일본, 유럽 등 성공한 도시들의 내면을 보면 그 도시의 오랜 전통을 찾아내 복원하고, 이를 도시의 물리적 맥락과 접목시키는 한편,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발굴하여 지역의 높은 부가가치와 연계하고 있다. 강원도에 신설된 ‘디자인 강원총괄본부’가 앞으로 강원도를 어떻게 디자인해 갈지 궁금하다. 아직까지 밑그림은 보이지 않지만, 각 시(市)와 각 군(郡)을 다 함께 아우르는 강원도 전체의 맥락에서 접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저 아쉬운 대로 간판이나 교체하고 가로시설물을 없애는 정도의 차원을 넘어 강원도만의 가치를 찾는 디자인 발굴이 선행되어야 한다. 최근 ‘강원발전연구원 뉴스레터’에서 “이제 강원도는 ‘치유의 숲’을 디자인해야 한다”는 지경배의 글을 아주 기분 좋게 읽었다. 복잡한 현대 생활에서 인간이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곳은 숲밖에 없다. 숲속에 들어가면 벌레 소리, 시냇물 소리, 나뭇잎 향기 등의 다양한 어메니티(amenity)가 형성되어 있다. 숲속을 걸으면 마음이 상쾌해지고 뭔가 모르는 감동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미 ‘숲은 인간의 마음의 병을 치유한다’는 과학적 입증도 있다. 강원도는 대부분 숲으로 이루어져 있다. 강원도 산림정책과에서 시범적으로 ‘산림치유기지(forest therapy quarter)’를 실시한다고 하니 참으로 강원도답고 좋은 정책이라 생각된다. 단순히 특정지역에만 하지 말고 각 시와 각 군을 네트워크화해 강원권 전체를 ‘산림치유기지’로 만들었으면 한다. 강원도의 그곳에 가면 마음의 병이 낳는다는 소문이 글로벌하게 퍼질 정도로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런 차별화된 디자인 정책만이 ‘강원도 답고’ 또 ‘강원도만의’ 브랜드 가치라는 생각이 든다. ‘숲 디자인’을 강원도의 핵심 디자인정책으로 삼으면 어떨까 하는 기분좋은 상상을 해 본다. 최재석 한라대교수 △일본 요코하마국립대 건축설계학 박사 △원주녹색연합 공동대표 △원주지방환경청 사전영향평가심의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