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잃었지만 외양간 고쳐야한다

2008년 2월 3일 | 보도자료

소 잃었지만 외양간 고쳐야한다 2008년 01월 07일 (월) 안윤희(원주녹색연합 회원)  태안 기름유출 사고가 일어난 지 벌써 한달 여 째. 안타까운 마음에 전국 각지에서 자원활동을 지원하는 인파가 끊이지 않고 있고 나 역시 주말을 이용하여 원주녹색연합과 두 번 다녀왔다.  일행이 도착한 곳은 개목항 의항해수욕장. 예상대로 기름 냄새가 심하다. 얼마나 엄청난 양이길래 넓은 바다를 온통 검게 만들었는지 상상조차 힘들다. 시커멓고 질척한 기름이 갯벌을 뒤덮고 있다. 무엇이든 살아있을 수 없는 지경임을 알 수 있었다. 갯벌로 스며든 기름까지는 방도가 없기 때문에 우선 갯벌에 있는 바위와 자갈의 기름을 일일이 닦기 시작했다. 막막하고 무모해 보이기까지 했지만 사람의 손으로 하는 물리적인 방법이 가장 최선이라 한다. 검은 기름에 절어 신음하고 있는 바다를 보며 바쁜 손길은 멈추기가 힘들었다. 수많은 생명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이런 고통을 주어서 정말 미안했다. 절로 그런 생각에 미친다.  각종 매체를 통해서 태안의 모습은 생생하게 보고 있지만, 현장에서 직접 죽음에 접해있는 생물들과 바다를 대하는 심정은 화면 속 그것과는 다른 것 같다. 눈만 들면 검은 기름 속에서 숨 쉬지 않는 작은 조개를 볼 수 있었고, 간혹 보이는 살아있는 것들도 생명력은 없어 보였다. 다만 살아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들뿐. 그러나 오히려 그들에겐 살아있음이 더 고통일지도 모른다.  처음 태안을 갔을 때엔 눈앞에 보이는 상황만 인식되었다. 유조선 충돌로 많은 기름이 유출됐고 엄청난 바다가 오염되었다라는. 오염되었으니 최선의 방법으로 방제작업을 해야 한다고만 생각했다. 언론에서도 방제작업에만 초점을 맞추어 보도할 뿐 본질적인 문제에 접근하지는 않았다. 단순히 선장 몇몇을 구속시킴으로써 개인의 과오로 인한 대형사고 정도로 결말을 지을 모양이다.  물론 인재에 의한 사고임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상식적인 절차가 빠져 있다. 아이가 큰 실수를 하면 대개는 보호자의 사과가 뒤따르고 원만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게 일반적인 통례이고 이번 사고도 다를 게 없는데도 삼성은 여론을 인식함인지 만만찮은 외국 회사와의 소송에서 불리함을 계산하여 함구하고 있는 것인지 국가적 재앙을 일으킨 장본인이 기업의 입장에서만 대처하고 있는 것 같아 화가 난다.  어쩌면 이런 위기를 발판으로 자세를 낮추고 적극적인 대처능력을 보여줌으로써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설 수도 있었을 터인데 말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은 잃고 나서 고쳐봐야 소용없다는 말이겠으나 그래도 고쳐야 한다.  이번엔 잃었지만 다음엔 잃지 않도록 해야 함이다. 최근 들어 해양 사고 소식을 자주 접한다. 최근 치명적인 화학물질을 실은 배가 여수 앞바다에서 침몰했다는 기사도 있었다. 해양사고가 잦은 데는 그 원인이 있으리라 짐작된다. 원칙을 지켜간다면 피해는 최소화될 것이다. 항해원칙을 준수하고 해양안전에 대한 관리체계를 엄격히 한다면 오일과 화학물질로 바다가 오염되는 일도 훨씬 줄어들 것이다. 안전불감증이 불러 일이키는 참사는 없었을 수도 있는 불행이다. 경제적 이익만을 최고의 가치로 평가하는 사회 분위기속에서 원칙과 상식은 그 이하의 가치로 전락되어 버리고 이 여파가 사회 곳곳에서 사건 사고로 보여지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태안이 심각한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잘못 나아가고 있다는 반증은 아닐런지. 가치로운 것을 중심 가치로 두는 사회라면 어떤 문제든 순조로이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태안도 순조로이 제 빛을 찾아 갈 수 있기를 두손 모아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