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포럼]강원도의 꿈

2008년 1월 25일 | 보도자료

[강원포럼]강원도의 꿈 최재석 원주녹색연합 공동대표/한라대 교수 새해가 되면 누구나 새로운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간구한다. 밤새 열차를 타고 달려 한겨울 바닷가를 간다든지 밤새 높은 산봉우리를 올라 새로이 떠오르는 태양을 맞이하며 새해의 소망을 빌기도 한다. 고3을 둔 부모는 자식이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를 빌 것이고 어떤 이는 돈을 많이 벌 수 있도록 해달라고 빌 것이며 어떤 이는 한 해 동안의 건강을 빈다. 이렇듯 사람마다 자신의 꿈을 안고 새해를 맞이한다. 사람마다 꿈은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다. 강원도를 이끄는 도지사는 올 한 해 어떤 꿈을 갖고 있을지 궁금하다. 지난 10년 가까운 시간을 우리는 ‘꿈은 이루어진다’는 캐치프레이즈아래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준비에 힘써 왔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강원도민 모두의 이람이었을까 자문해 본다. 개최 이후 한동안은 개발과 물적 팽창으로 인한 외형적 발전에 좋아할지 몰라도 그와 동반되는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꿈이 있으면 행복하고 꿈 너머 꿈이 있으면 위대하다”는 고도원의 글이 생각난다. 큰 행사가 유치되든 안 되든 강원도만의 영원한 가치는 무엇인지 우리들 스스로 자문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강원도의 고유한 가치는 변함이 없고 강원도민의 꿈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시대는 많이 변하여 이제는 과거의 먹고사는 문제를 넘어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고 가치를 찾아내고 존중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지 오래다. 학교에 발을 들여놓으며 반쪽짜리 도민이 되었지만 지난 몇 년간 강원도의 변화를 보면서 안타까운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몇 년 전 원주에서 춘천을 가다가 놀란 적이 있다. 국도와 고속도로를 4차선으로 동시에 넓히고 있지 않은가? 무려 8차선이다. 통행량도 그리 많지 않은데 국도마저 확장공사를 하느라 아름다운 계곡을 까뭉개고 산의 능선을 잘라내고 있지 않은가? 일부는 자연의 모습을 살려가면서 기존의 도로를 조금 넓히는 정도의 작업도 가능할 텐데 하는 생각을 했다. 강원도는 다른 도에서 느끼지 못하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다. 우리 국토의 등뼈인 백두대간이 기상을 뽐내는 곳이다. 이러한 자연이라는 부가가치를 훼손하면서 강원도만의 새로운 가치 창출이 가능할까 자문해 본다. 일전에 어느 기업도시 유치설명회에 대한 방송을 보면서 느낀 점이 많다. 주민은 목숨 걸고 반대하고 공무원은 기업이 유치되면 지역경제가 살아나고 일자리가 많이 늘어나 지역주민이 혜택을 볼 것이라고 열심히 반론을 제기하고 있었다. 이러한 기업도시를 유치하기 이전에 강원도만의 독특한 가치를 살리는 방향으로 전략을 세워, 이에 부합하면 유치하되 그렇지 않으면 거부할 수 있는 자존심도 있어야 한다. 강원도의 대표적인 도시 원주 춘천 강릉 그 어디를 보아도 도시만의 특색이 없다. 다 고만고만하다. 도심이나 도심 외곽의 신도시 개발을 보더라도 주변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르지 주어진 택지 하나에 목숨을 걸고 있다. 이렇다 보니 도시는 인간적이지도 아름답지도 않다. 각 도시마다 몇 십년을 내다보며 도시기본계획을 세웠지만 실제 내용은 부족하기 그지없다. 강원도만의 아름다움이라든가 인간의 삶의 진정한 가치를 찾기 위한 시민들의 꿈이 그려져 있지 않다. 그저 기계적이고 기술적인 내용 나열에 불과하다. 강원도의 꿈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주어진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도시공간과 접목하고, 여기에 시민들의 삶의 가치를 배가할 수만 있다면 우리들이 바라는 꿈이 좀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 강원일보 2008-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