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오고 싶고, 계속 살고 싶은 원주’를 위하여

2007년 7월 26일 | 보도자료

원주에사는즐거움기고(정유선)070726.hwp

* 본 글은 원주지역의 골프장 추가건설과 관련해서 원주에사는즐거움에 기고한 것입니다. ‘이사 오고 싶고, 계속 살고 싶은 원주’를 위하여 정 유 선(원주녹색연합공동대표) 언제부턴가 스포츠뉴스에서는 PGA와 LPGA에서 활약하는 우리나라 골프선수들의 경기소식이 빠지지 않고 보도되고 있다. 야구나, 축구선수들도 세계 유명 프로팀에 진출해서 활약하고 있지만, 프로골퍼 특히 여성프로골퍼들의 우승소식은 대한민국의 위상을 전세계에 떨치고 있는 듯하다. 특히 박세리 선수가 양말을 벗고 물속으로 들어가 볼을 쳐내며 우승컵을 거머쥐던 감격스런 모습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의 뇌리에서 잊혀지지않는 명장면이다. 그런 뉴스보도를 매일 접하다보면 어쩐지 내 아이도 빨리 골프를 시켜야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일까? 원주는 지금 골프장건설 붐이 일고 있다. 이미 원주에는 30여분 거리에 골프장이 20여개가 있는데도 시에서는 계속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도시안에도 골프장을 만들겠단다. 그래야만 더 많은 기업들이 원주로 이전을 해올 것이라는 것이 시의 입장이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아직도 골프는 벽이 높은 스포츠다. 과연 이전한 기업의 직원들 중 몇 퍼센트가 골프를 즐길 수 있을까? 아니 현재 원주인구의 몇 퍼센트가 골프를 즐기고, 부담없이 골프장을 이용하며 살고 있을까? 내 주변에만 특별히 골프인구가 적은 것일까? 내가 보기엔 오히려 거창한 기구나 큰돈 들이지 않고 집 가까이에서 아무 때나 쉽게 운동하고 싶어 하는 인구가 훨씬 많은 것 같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골프는 둘째치고 아이들이 마음껏 축구공을 차고, 줄넘기와 달리기를 할 만한 운동장도 거의 없다. 학교로, 학원으로 아이들의 운동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교통사고의 위험 때문에 인라인한번 자전거한번 마음 놓고 타지 못하는게 도시아파트 생활의 현실이다. 아이들만이 아니다 어른들도 자동차 매연을 마시며 뛰고 싶지 않다면 돈을 주고 헬스클럽으로 가야만 한다. 원주시가 운영하는 체육시설인 치악운동장과 국민체육센터는 언제나 사람들로 넘쳐나서 원주시민 모두가 이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골프장 18홀을 만드는데 건설비용이 5백억이나 든다고 한다. 그리고 골프장이 들어서면 농약과 지하수고갈등의 환경오염문제 또한 심각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평범한 아줌마인 나는 돈도 훨씬 많이 들고, 환경도 오염시키고, 이용하는 사람도 훨씬 적은 골프장대신 친환경적이고,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시민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공원이나 체육시설을 늘리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란 생각이 드는데 높은 분들의 계산법은 다른가보다. 아무런 연고도 없이 살기시작한 원주지만 나는 원주가 좋다. 가까이에 아름다운 치악산이 있고, 친환경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올곧은 농민들이 있고, 1년 내내 하얀 백로가 날아드는 원주천이 있는 원주가 이제는 내 고향 같다. 하지만 지금 원주엔 아이들과 함께 소풍을 즐길만한 변변한 공원하나 없고, 제대로 된 공연장도 없고, 아이들과 청소년을 위한 도서관도 너무 적다. 이렇게 교육문화 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보니 나는 원주가 좋지만 아이들을 위해 이사를 할까 고민하게 된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이 상태로는 아무리 혁신도시 기업도시가 되어도 집은 서울에 두고 원주로 출퇴근만 하는 인구공동화현상이 우려될 뿐이다. 원주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길은 골프장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원주의 자연환경을 보존하고 도심속에 휴식과 문화공간을 늘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라면 골프장이 있는 기업도시보다는 자연속에서 운동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체육공원과 쾌적한 도서관이 있는 기업도시로 이사하고 싶을 것 같은데… 평범한 시민들이 갈 곳이 많고, 즐길 곳이 많은 원주를 만드는 것이 ‘이사 오고 싶고, 계속 살고 싶은 원주’를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