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우리의 숨 최재석 한라대 교수 / 원주녹색연합 상임대표 사오십대라면 학창시절 교문 앞에서 가위를 들고 기다리고 있던 선생님을 기억할 것이다. 조금만 길다 싶으면 어김없이 머리털을 싹둑 잘라 앞머리에 마치 기계충같은 허연 구멍을 만들거나 심한 경우는 바리캉으로 뒤통수에 고속도로를 만들어 짧게 깎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이러한 일도 먼 옛날이야기가 되어 버린 듯하다. 요즘은 머리털 깎는 일로 학생들이 인권위에 상정한다고 하는 시끄러운 일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그래서인지 학교주변에 가면 눈살을 찌푸릴 정도로 장발인 학생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어느 이른 새벽 ‘위잉’하는 전동톱날 소리에 잠을 깬 적이 있다. 꽤 먼 거리인 듯한데 가깝게 들린다. 맞은 편 산에 올라가 보니 고등학교 시절, 두발검사에서 깎인 자국과 영락없이 같은 형세가 아닌가? 머리털은 많은데 한쪽을 밀어내어 길을 냈으니 말이다. 경사가 심하여 직접 걸어서 올라가기도 힘든 산비탈을 포크레인이 보란 듯이 산허리를 헤집으며 지그재그로 길을 내는 작업 광경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어느 지역은 벌목(伐木)을 한답시고 산 아래서 산꼭대기까지 시원하게(?) 밀어붙여 아름다운 산이 보기 민망할 정도로 벌거벗어 있다. 왜 저렇게 밖에 할 수 없는 것인지 한심하다못해 화가 날 지경이다. 행정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산주(山主)의 욕심인지? 산의 일부 지역만 벌목 허가를 받아 개발하다보니까 문제가 많은 것 같다. 벌목은 대개 산지개발, 식목, 그리고 나무를 재목으로 쓰기 위한 필요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벌목은 잡목을 베어내 품질좋은 새로운 수종을 심어 임야를 개발하든지 아니면 산지개발의 경우에도 벌목하고자하는 지역에 대한 임야 전체의 조사가 이루어진 다음에 시작되어야 한다. 수종이나 토질의 조사없이 일률적으로 축적된 지적도(地籍圖)상의 번지(番地)와 면적(面積)만 확인하고 허가를 내주는 획일적인 행정 시스템에 문제는 없는지 다시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벌목허가 신청이 들어오면 산의 모양은 어떤지, 경사는 어느 정도인지, 수종과 토질은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종합적이고도 입체적으로 판단하여 허가구역과 그 주변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진행되어야 한다. 우리의 좋은 자연자원인 산에 관한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하여, 이를 토대로 벌목이나 산지개발에 적용한다면 친환경적으로 접근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크게 보면 지난 30년간 지구 자연자원의 3분의 1이 파괴되었다고 한다. 이대로라면 몇십년안에 큰 재앙이 닥칠 것으로 예언하고 있다. 특히 산업혁명이후 지구 온난화는 더욱 심각하여 앞으로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나라는 벌금을 물고 그렇지 않는 나라는 돈을 벌어들이는 시대가 온다고 한다. 우리 주변에 산이 너무 많아서 일까? 나무 아까운 줄 모르고 마구 베어내고 산자락을 흉하게 파헤치는 미개(未開)한 개발이 수도 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더 넓고 더 높은 곳에 대한 집착이 강하여 주변과의 괴리감이 클 수 밖에 없다. 원주(原州)만이라도 산야(山野)에 대한 3차원의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하여 아름다운 자연자원을 지켜나가자. 나무(木)는 곧 우리들의 숨(息)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