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아리굴 최재석 (한라대 교수 / 원주녹색연합 공동대표) 또아리굴은 마치 뱀이 또아리(혹은 똬리, 또아리 등으로 표기)를 틀고 있는 것처럼 산을 휘감으며 올라갔다고 하여 불리어졌는데 지리학적으로 이를 루프식 터널이라 한다(양근열, 「원주철도사」). 세계에서 몇 안되는 또아리굴이 치악산 자락에 있다. 이 또아리굴이 생기게 된 동기는 금대리 쪽이 낮고 가리파재 쪽이 높아 경사가 심하여 기차가 올라갈 수 없게 되자 땅속 안쪽으로 스파이럴처럼 파들어 가, 서서히 위쪽으로 연결시켜 기차가 올라 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굴의 길이는 1천975m로 공사기간도 6년이나 걸렸고, 6.25전쟁 때는 많은 피난민을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도 하였다고 한다. 또한 굴 내부는 자연 종유동굴과 연결되어 있어 자연적, 역사적 가치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는 원주의 중요한 자산이다. 몇 년후 철로가 이전되면, 이 또아리굴은 원주역과 더불어 폐선부지로 남게 될 것이다. 이곳에 대한 계획이 현재는 전무한 상태이다. 우리는 군인극장을 민간자본을 유치하여 개발하려다가 무계획적이고 무지(無知)한 접근으로 많은 시민이 오랫동안 물적, 정신적 피해를 입은 것으로 잘 알고 있다. 또아리굴 또한 군인극장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보다 면밀한 현장조사와 사적가치 발굴, 그리고 공청회 등을 통한 장기계획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아리굴을 이미 문화재로 지정된 원주역 물탱크와 반곡역사, 그리고 길아천교(일명 `백척교`라 함)와 연계한 문화관광지로 개발한다면 원주시민은 물론 타지역에서도 관심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원주에는 다양하게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원주역에서 치악역까지 19km 남짓한 폐지될 선로부지를 단편적이고 단시간내에 끝내버린다면 새로운 가능성을 잃게 되는 두려움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것이 바로 도로의 건설이다. 폐선부지를 도로와 자동차로 채울 것이 아니라 사람이 중심인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 폐선부지가 산책로로 되어야할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원주가 세계건강기구에 가입하고 모든 공문에 health city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다. 또한 국제걷기대회는 물론 시(市)차원의 웰빙걷기대회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洞)단위 면(面)단위의 걷기대회 바람이 불고 있다. 걷기가 건강에 좋다는 매스컴의 영향도 있지만 정작 걸을만한 공간이 원주에는 없다. 이런 기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 폐선부지이다. 선적(線的)공간은 도로로, 면적(面的)공간은 공공시설로 하자는 폐선부지의 단편적 활용방안은 공간의 단절을 초래하기 쉽다. 또아리굴까지 걸어갔다가 원주천으로 되돌아오는 코스도 생명의 도시로 가기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 또한 걷기코스의 중간지점에 해당하는 반곡역 주변을 역사적 가치가 있는 휴식공간을 마련하고, 마지막 코스인 또아리굴은 땅속으로 걷기공간을 개발하고 자연동굴과 연계한 역사체험공간으로 개발한다면 새로운 명소로서 원주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 여러 가지 지역적 공간구조로 볼 때, 폐선부지는 치악산과 원주천을 잇고 원주천과 원주도심을 이으며, 나아가 철길로 단절된 원주의 남북을 잇는 통합적 인자로서 가장 이상적인 장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