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중심시가지 활성화는 가능한가?

2005년 9월 5일 | 보도자료

중심시가지 활성화는 가능한가? 최재석 한라대 교수/원주녹색연합 상임대표 ‘중심시가지는 왜 공동화(空洞化)되고 쇠락해 가는가’를 거론하기 전에 ‘중심시가지는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가 있고 이곳이 과연 우리에게 필요한 곳인가?’ 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사람들이 오랫동안 살아온 유형적·무형적 가치가 배어 있는 터(場所)는 그 고장의 혼(魂)이나 다름없다. 원주 도심(都心)은 치악산과 백운산 자락에서 흘러 내려온 시냇물을 근간으로 조상들이 이곳에 터를 잡고 후손을 이어온 생명의 땅이다. 즉 원주 탄생의 출발점인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대부분의 시민들이 중앙로와 원일로 같은 원주의 도심에서 원주 문화의 뿌리와 가치를 깨닫지 못하는 데 있다. 도시의 확장과 더불어 도시민이 보다 넓고 편한 곳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해 나가면서, 도심은 오히려 불편하고 지저분한 곳으로 인식되어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가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이러한 중심시가지의 쇠퇴 및 공동화 현상은 한국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에서 도시문제로 거론되어 왔다.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고도로 발전되어 가는 마당에 도심은 구태의연한 관습에 젖어 종래의 영업스타일, 생활스타일을 고집하고 있어 변화가 더디다. 도심이 공동화되고 쇠락해 가는 것을 모두가 걱정하고 있으면서도 중심시가지 활성화에 대하여는 ‘총론찬성·각론반대’ 라는 이중성을 갖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즉 도심 전체가 좋아지는 것에는 찬성하면서도 이로 인해 오히려 자신의 상점에 피해가 올 것을 두려워하는 거주자의 이기적인 자기중심적 사고는 도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결여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도심은 거주자와 상점주만의 것이 아니다. 이곳을 내방(來訪)하는 일반시민들이나 외부인, 심지어 관광객까지 고려되어야 한다. 즉 상점가의 개별적 문제가 아닌 중심부 전체를 아우르는 도시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도심이 주거와 상업 기능만이 아닌 살아보니 즐거운 곳이라든가 직접 와 보니 즐거웠다는 감탄사가 나올 수 있는 문화 공간, 휴식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중심시가지가 제대로 활성화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우리는 이쯤에서 시민들을 즐겁게 해 줄 수 있는 것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이미 기존의 상행위 패턴만으로 밀려들어오는 대형 할인점에 대항할 수 없으며, 단순히 주차장 수를 늘리는 것으로 시민들이 도심을 찾을 것이라는 막연한 접근으로는 중심시가지 활성화는 어렵고 요원(遙遠)하다.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질 높은 예술과 문화가 있고, 안전하고 즐겁게 걸을 수 있는 공간을 도심에 만들어야 한다. 중심시가지 활성화는 상점가의 단편적인 이해관계를 넘어 원주시민 전체의 생활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도심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 하는 문제로서 자리 매김 되어야 한다. 우선 도심의 일부만이라도 보행자 몰로 구축한다면 시민들은 좀 더 오랫동안 이곳에 머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보행자 몰과 연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창출된다면 원주시민들의 일상생활은 풍요로워지고 더불어 원주의 중심시가지 또한 활성화될 것이다. 2005-09-05 원주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