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창묵 원주시장께 보내는 공개서한 우리는 여산골프장 관련 사태를 통해 표출된 원주시정의 난맥상에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당한 요구가 마치 이익을 얻고자 하는 생떼로 매도되고, 매도 또는 왜곡된 내용이 시정 책임자에게 전달되고, 시정 책임자 역시 이를 믿고 행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뿐입니다. 이러한 우려와 안타까움을 담아 원창묵 시장님께 공개서한을 보냅니다. 시장님 당선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시장님께서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습니다. 이는 단순히 야당인 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아닌, ‘자치의 탈을 쓴 관치의 시대’를 끝내고 주민이 주인이 되는 참된 지방자치 시대를 연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 시장님께서는 진정한 민(民) 출신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는 시장님이 ‘성공한 시장’이 되는데 일조해야 한다고도 생각합니다. 시장님께서 성공하지 못하면 관치의 시대가 다시 도래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더욱 현 원주시 행정의 난맥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집권 초기 흔들려 하는 것도 아니며, 이익을 위해 계산을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권력의 사유화는 불행을 불러옵니다. 우리는 시장님의 지방자치 운용방식을 절대로 과소평가하지 않습니다. 시대에 따라 사람에 따라 시각과 해석의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원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본이념과 최소한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원주시의 절대성, 무오류성을 부인하고 견해와 이익의 다양성, 가치의 상대주의를 용납해 달라는 것입니다. 주민들은 시장님께 권력을 위임했지만 위임 그 자체가 행위의 정당성까지 인정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이를 착각하면 권력의 ‘사유화’로 이어지고 이는 곧 시장님의 불행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비판과 저항은 화합의 적(敵)이 아닙니다. 2009년 도지사 소환 경험이 있던 제주지역의 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이렇게 발언했습니다. “공무원이 지역 발전의제를 장악하고 공무원과 유착한 기득권이 제주사회를 이끌어 왔다. 관 주도의 특별자치로 도지사에게 권력이 독점되는 반면 주민참여는 실종되고 지역발전을 위한 주민의 상상력 또한 모두 차단됐다.”라고. 원주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역발전을 위한 주민의 상상력과 다양한 의제가 차단되는 것도 모자라 법을 지켜달라는 요구까지 묵살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민 화합을 통한 원주 발전은 멀기만 합니다. 비판과 저항은 화합의 적이 아닙니다. 주민 행복의 길, 개발이 유일합니까? 원주에 사는 주민이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또한 다양한 방법이 인정될 때 비로소 주민들은 행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방자치 실시 이후 지금까지 관치에 의해 강요받은 행복의 방법은 오로지 단 하나입니다. 개발과 기업유치 등으로 대변되는 전통적인 경제발전 모델이 그것입니다. 개발과 기업유치가 지역에서 얼마만큼 양질의 고용을 창출하는지, 지역순환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전혀 평가되지 않고 주민들은 ‘근거 없는 낙관’만을 강요받아왔습니다. 골프장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개발논리에 편승해 골프장 개발로 인해 파괴되는 다양한 삶의 가치는 전혀 고려되거나 평가되지 않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각종 불법과 편법이 난무함에도 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억울하게 매도되고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개발이 주민을 행복하게 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논리가 강요돼서는 안 됩니다. 기업도시, 혁신도시, 각종 택지개발, 골프장과 같은 대형 개발사업 등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고 방황하는 주민들의 아픔을 생각해야 합니다. 또한 시는 현재 주민 삶의 터전을 지키고, 주민이 터전 안에서 더 많은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들어야 합니다. 고용승계는 노동 사업장에서만 적용되는 게 아닙니다. 시장님은 이제 더 이상 건축사도, 시의원도 아닙니다. 주민 삶의 터전과 행복을 지키는 참된 시장으로 거듭나길 원합니다. 개발논리에 젖어 기존 관행과 이별하지 못하면 이 또한 불행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골프장 문제는 불법·편법을 바로 잡자는 것입니다. 다시 골프장 문제로 돌아가겠습니다. 시장님께서는 지난 12월 8일 골프장 예정부지 현장에 오셔서 주민 요구에 응답하며 “시장이 일일이 이런 것 까지 현장에서 확인해야 하나?, 요구를 관철하고자 시청에서 농성을 하는 것은 행정을 핍박하는 것이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약속하시지 않았습니까? 현장에 나와 잘잘못을 확인하겠다고. 잊었습니까? 시장이 됐다고 해서 약속이 없어집니까? 또 시가 보낸 공문에도 ‘1~2개소 시장님 참관’이라고 돼 있지 않습니까? 업자와 주민이 조사할 곳을 3곳씩 추천하는 게 공평하지 않습니까? 더 중요한 것은 이는 찬반 또는 공평·형평의 문제가 아닌 불법 또는 편법을 확인하고 이를 바로 잡자는 것입니다. 본질을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찾아가는 시장 실까지 운영하며 각종 민원은 청취하면서 왜 유독 골프장 문제에서만은 구두로, 공문으로까지 약속한 사항을 이행하지 않습니까? 가던 길 멈추고, 깊은 성찰이 필요한 때입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각납니다. 각 분야에서 역사적 평가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노 전 대통령이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한층 더 발전시켰다는 게 일반적인 평입니다. 시장님께서도 이를 인정하셨습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추모제에서 시장님께서는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발언이 진심이었다면 시장이 된 지금 어떻게 하셔야 합니까? 민주주의 근본이념을 지키며 주민 삶의 터전을 지키고 가꾸는 일에 매진해야 하지 않습니까? 불법과 탈법, 편법으로 얼룩진 역사와 관행을 청산해야 하지 않습니까? 원칙 없이 시류에 편승한다면 많은 주민이 보는 앞에서 죽은 자에게 한 약속조차 공염불이 되고 말 것입니다. 원주시의 중심은 시장님이 아닙니다. 원주시의 중심은 아픈 곳, 주민이 고통 받는 곳입니다. 시장님께서 진정한 민(民) 중심의 자치시대를 열어 성공한 시장, 관치를 역사에 묻어 버린 시장으로 남고 싶다면 고통 받는 주민을 먼저 보살펴야 합니다. 우리는 시장님이 성공한 시장으로 남길 원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간곡한 이야기를 외면한다면 우리는 당당히 저항할 것입니다. 가던 길을 멈추고 걸어온 길, 가고자 하는 길이 옳은지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하시라고 말씀드립니다. <원창묵 시장께 보내는 10가지 공개 질의> 1. 시장님의 시정운영 철학은 무엇이며, 철학을 규정한 근본이념은 무엇입니까? 2. 지방자치에서의 민주주의 확립을 위해 어떤 복안을 갖고 계십니까? 3. 원주시정 난맥상의 원인은 무엇이라 생각하며 어떻게 해결하시겠습니까? 4. 권력이 사유화돼 간다라는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5. 시장님이 꿈꾸는 원주시 발전 상(像)은 무엇이며 이에 대한 근거는 무엇입니까? 6. 온전한 민(民) 출신으로, 야당 출신으로 시장님이 시장으로서 갖는 정체성은 무엇이며, 정체성 구현을 위해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7. 시장님이 선거 당시 내세운 주요 공약은 무엇이며, 주민과 약속한 내용은 무엇입니까? 이를 이행하고자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십니까? 8. 골프장 문제와 관련한 시장님의 약속은 무엇이며, 이를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겠습니까? 9. 원주시의회가 채택한 여산골프장 도시관리계획 결정(변경) 의견 청취 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며, 이를 해소하고자 어떤 노력을 하시겠습니까? 10. 제기한 제 문제에 대해 시정과 민이 만나 깊은 대화와 성찰, 이해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010년 12월 17일 여산골프장 반대 주민공동대책위 및 원주지역 제 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