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천 정비사업의 실패가 주는 교훈 이차복 서울대 지리학과 박사과정 올해 상반기에 자연형 하천정비사업이 시행되었던 반곡동구간이 또다시 파헤쳐지고 있다. 공사과정에서 하상을 무분별하게 훼손하고, 하천환경에 부적합한 전석쌓기로 비난받았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여름 적은 양의 비에도 일부구간에서 전석이 유실되고 수제부가 침식되었는데 이를 복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공사현장을 둘러보니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인식이 없는 땜질수준의 복구를 하고 있었다. 이런 복구공사를 해마다 보게 될까 염려된다. 수십억의 공사비가 소요되었음에도 원주천 정비사업이 실패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설계부터 공사과정에 이르기까지 자연하천의 특성에 대한 몰이해와 건강한 도시하천을 만들고자하는 인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설계부터 하천의 생태적 건강성과 인근 주민의 환경쾌적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졸속으로 이루어졌고, 하천정비를 시행하는 업체도 조경수준에 불과한 공사를 했으며, 예산을 집행하는 시 당국도 졸속시행에 대한 문제인식이 전혀 없었다. 역사를 보면 도시를 흐르는 하천은 그 도시의 흥망을 좌우했다. 수변의 푸른 숲 사이로 흐르는 깨끗한 물에 물고기들이 유유히 노니는 하천을 가진 도시는 굳이 건강도시라고 선전하지 않아도 건강한 도시가 될 수밖에 없다. 반면 정비라는 명목으로 건강한 하천생태계를 파괴하고 한여름에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전석으로 물길을 에워싸는 것은 도시의 건강을 파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졸속시행한 하천정비는 혈세를 낭비할 뿐 경제를 살리는데 보탬이 될리가 만무하다. 녹색성장이 국가의 화두가 되면서 원주시도 기후변화의 대응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알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친환경 건강도시로 만들겠다는 시당국의 의지가 반가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원주의 자연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원주천을 정비한다는 명목으로 하천을 파괴하여 기후온난화에 일조하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수변에 수북히 쌓아놓는 전석들은 한여름에 내뿜는 열기로 수온을 상승시켜 수질을 더욱 악화시키고 하천생태계의 형성을 저해하며, 인근의 주민들에게도 쾌적함보다는 불쾌감을 줄 뿐이다. 치수적으로 쓸모없음은 지난 여름철의 적은 비에도 힘없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미 반곡구간은 자연하천이라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철저히 파괴되어 버렸다. 무분별하게 하상을 확장한 결과 수심은 더욱 낮아져 물고기가 서식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하상의 생태계도 완전히 소멸된 상태이다. 이런 결과는 인근지역에 조성된 대규모 아파트단지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환경쾌적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서울시의 양재천이 모범적인 자연형하천으로 복원되면서 인근 주민들의 환경쾌적성이 증가하고 부동산 가격상승에도 일조하였다는 연구결과를 보면, 정비를 내세운 하천의 파괴가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자치단체장을 포함한 정책결정자들도 인간인 이상 실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과 시민이 잘못되었다는 지적을 함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정책적인 실수를 반복한다면 그것은 쾌적하고 건강한 환경을 누려야할 원주시민과 원주의 소중한 자연환경을 보존하기 위해서도 마땅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와 같은 잘못된 정비사업이 다른 구간에도 똑같이 시행되어 예산낭비와 원주천 파괴가 반복된다면 원주의 건강함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를 바로잡는데 시민들이 뜻을 모아야 한다.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 이차복님은 우리단체의 원주천 보존 활동에 자문을 해주고 계시는 분입니다. 본 원고는 2009년 10월 5일자 원주투데이 실린 특별기고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