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 보물? 애물?

2009년 8월 14일 | 녹색생활

기후변화를 실감이라도 하듯 하염없이 불규칙적인 국지성 집중호우가 내리고 있다. 맑은 유리창 너머 흘러내리는 빗물방울을 보면서 사실 기분이 좋았다. 수 천년 전, 아니 수 만년 전 어느 여인의 입술을 적셨을 그 빗물이였으리라. 현재 지구에 존재하는 물은 태초에 존재하던 바로 그 물이며 물의 양도 태초에 존재한 양과 같다. 슬로바키아의 비정부기구(NGO)인 ‘사람과 물’에서 활동하는 수(水) 공학자 미할 크라브칙은 이렇게 말한다. 우선 식물, 지표면, 습지, 강, 호수, 바다에서 증발한 물은 비나 눈 등의 형태로 다시 땅으로 내려온다. 숲, 호수, 풀잎, 초원, 들판에 떨어진 물은 토양이나 삼림 속으로 쉽게 흡수되어 자연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다시 순환한다. 그러나 도시화가 진행된 요즘은 물이 도로나 건물로 떨어지면서 토양으로 스며들지 않고 곧바로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결국 육지나 강에 존재하는 물의 양이 적어지고 육지에서 증발하는 수증기의 양도 줄어든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바다에 접하지 않는 나라에서는 비의 양이 줄어드는 현상이 일어난다고 한다. 물부족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물의 순환이 균형을 이루려면 대륙에 있는 강에서 바다로 흘러드는 물의 양과 바다에서 증발되는 물의 양이 같아야한다고 한다. 빗물은 지구상의 물을 고갈시키지 않고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물이고, 우리 인간에게도 해가 되지 않는 좋은 물이다. 빗물은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물의 0.5%에 불과하지만, 재사용이 가능한 보물은 빗물 뿐이다. 갈수록 물이 귀해지는 요즘, 이 귀한 빗물을 그냥 바다로 흘려보낼 수는 없는 일이다. 우선 물 쓰는 체계나 시설을 바꾸고 이를 잘 활용하는 방법을 생각해보자. 화장실에서 변깃물을 한 번 내릴 때 사용되는 물의 양은 10리터. 1.5리터 음료수 6병이 넘는다. 집에서 쓰는 물 중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한단다. 어떻게 하면 물을 적게 쓸 수 있을까. 누구나 잘 알고 있는 방법이 양변기 물탱크 안에 벽돌이나 물을 채운 병을 넣어두는 방법일 것이다. 대소변 구분 절수 장치를 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빗물을 받아 깨끗이 걸러서 변깃물로 쓴다면 더더욱 좋을 것이다. 그 빗물로는 세수도 하고, 목욕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빨래도 하고, 화분에 물도 주고, 텃밭도 가꾸고, 작은 연못도 만들 수 있다. 앞으로는 빗물저금통을 집집마다 학교마다 설치하고, 한 번 쓴 물을 정화해서 다시 쓸 수 있는 장치를 모든 건축물에서 사용하도록 하는 건축법을 만들었으면 한다. 내 어린 시절, 비가 오면 언제나 처마 밑 빗물받이 밑으로 고무통들이 놓여 있었다. 그 물로 마당청소도 하고, 장독대도 닦고, 화단에 물도 주고, 물놀이도 했었다. 비가 그치고 나면 작은 세숫대야에 물을 덜어 머리를 감기도 했었다. 빗물이 애물이 아닌 보물로 재탄생 하기 위해서는, 물은 무한정 공급되는 자원이고 필요하면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부터 바꿔야 한다. 물이 자연적으로 공급되는 양과 우리가 필요로 하는 양을 맞추기 위해서는 생활방식부터 바꾸자. [ 여러분의 물 발자국 크기는 얼마일까요? ] 컵에 물 받아서 이닦기, 샤워 짧게 하기, 새는 수도꼭지 고치기.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만’ 있는 물 절약 방법들입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할까요? 우리가 먹고 쓰는 것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물의 양은 얼마나 될까요? 물 발자국은 인간이 사용하는 물의 양을 나타낸 지표입니다. 가족과 함께, 우리가 얼마나 많은 물을 쓰고 있는지 돌아보고 물 절약 방법을 찾아보세요. 우리나라 국민 1인당 물발자국은 117만9천 리터 (국제 규격 수영장 절반을 채우는 양) ■ 먹을거리에 잠재되어 있는 물의 양 사과 한 알 : 70리터 커피 한 잔 : 140리터 달걀 한 개 : 200리터 옥수수 1kg : 900리터 밀 1kg : 1,350리터 설탕 1kg : 1,500리터 햄버거 한 개 : 2,400리터 면티셔츠 한 장 : 2,700리터 쌀 1kg : 3,000리터 닭고기 1kg : 3,900리터 소고기 1kg : 16,000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