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게를 지고

2006년 10월 18일 | bbs_자유게시판

지게를 지고

오늘은 콩 추수를 하는 날입니다.  100여 평의 산언덕 밭이 신호 어르신네 콩밭입니다.  
할아버지는 언제나 처럼 혼자 콩밭에 나가십니다.
할머니가 거드실 때도 있지만 그래도 낫질과 지게질은 할아버지의 몫입니다

돌아보면 80평생 살아 온 날은 지게를 지는 일이었습니다.
할아버지 지게에는 많은 것이 실려 있습니다. 예전에 장에 갈 때는 지게에 물건을 지고 20리 산길을 걸어 내려갔습니다. 한가마니의 쌀도 거뜬히 지고 다녔습니다.

언덕 하나를 넘어 고갯길에서 잠깐 쉬고 다시 내쳐 걸었습니다. 어쩌다 읍내로 가는 버스를 놓치면 장터를 향해 다시 20리를 걸어야 했습니다. 왕복 80리 였지만 그리 먼 길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7남매를 모두 교육 시켰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는 아랫마을에 국민 학교가 있었고 면에는 중학교가 있었습니다.
아이들도 20리를 걸어 학교에 다녔습니다.
하지만 10년 전 마을에 버스가 들어오고 난 뒤부터 사람들에게 20리는 너무나 먼 길이
되어 버렸고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차례로 폐교가 되어 버렸습니다.
읍에 있는 고등학교 까지 마친 아이들은 모두 도시로 나갔습니다.

학교에서 받은 교육은 할아버지가 지던 지게질과는 달랐고 평생 걸어 온 길과도
다른 길이어서 자식들은 이제 지게를 지지 않고도 살아 갈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TV를 보면 가끔은 무슨 생각이 나는지 체험 학교 같은 곳에서 아이들은 지게를
져보게도 하지만 아이들은 빈 지게를 지고도 잘 걷지를 못합니다.

아이들의 근골은 점점 약해져서 연필 한 자루 들 힘 밖에 남아있지 않을 때가 오고야 말 것 같아 은근히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