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발자국은 얼마나 큰가요?

2007년 4월 25일 | 녹색생활

눈길을 걷다나 문득 돌아보면 흰 눈 위로 선명히 찍힌 내 발자국들을 볼 수 있다.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하얀 눈밭 위에 남겨진 발자국을 보면 아련하기도 하고 예쁘기도 하지만, 눈 위의 발자국과 달리 우리는 지구 위에 결코 예쁘지만은 않은 발자국들을 남기기도 한다. 바로 탄소발자국이다.
탄소발자국이란?
발자국이란 우리의 행동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뜻하는 것으로 지금까지 많이 사용되던 개념은 우리의 생활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뜻하는 생태발자국이었다. 이것은 주거 및 에너지, 음식, 쓰레기, 서비스, 교통으로 나누어 각각의 분야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토지량을 환산한 것으로 최근 녹색연합이 2006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의 생태발자국은 1980년 0.8㏊에서 2005년은 3.0㏊로 무려 4배나 증가하였다. 이러한 개념을 인용하여 최근 WWF는 우리의 생활이 해양 생태계, 특히 어획량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피쉬 발자국(Fish Footprint)을 만들기도 했다.
한편 탄소발자국은 더욱 심화되는 기후변화 문제를 알리기 위한 방법 중의 하나로 등장하였다. 기후변화의 주범이 온실가스, 특히 이산화탄소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1850년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석탄,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를 대량으로 사용하였고 자동차, 가전제품 등 이전에는 사용하지 않는 물품들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 그림 : 오주영 회원


이로 인해 대량의 온실가스가 대기로 방출되는 동시에 온실가스의 주요한 흡수원이었던 산림, 바다, 빙하 등이 파괴되었다. 인간의 활동은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 증가시켜 기후변화 발생시키고 또한 이러한 영향으로 파괴되는 산림, 바다, 빙하는 제 구실을 하지 못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더욱 증가하는 악순환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는 탄소발자국 즉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산화탄소에 포위된 우리들

▲ 그림 : 오주영 회원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의 어떤 활동 속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지 알아야 하는데 이산화탄소는 에너지와 폐기물을 소각할 때 배출되는데, 이것은 요리를 할 때, 집에서 전기를 쓸 때,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 차를 탈 때 등 우리 생활의 대부분의 영역에서 발생한다. 예를 들어 나의 일상을 돌아보면, 집에서 사무실을 갈 때 전기를 이용하는 지하철을 이용한다. 사무실에 들어서면 역시 전기를 사용하는 불과 컴퓨터를 켜고 식당에 가서 전기를 사용하는 정수기에서 물을 마신다. 점심시간이면 도시가스를 이용하여 요리를 하고 3,4시쯤 출출해져 사 먹은 과자에서 쓰레기가 나온다. 퇴근시간이 되면 다시 전기를 이용하는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집에 가면 전기를 이용하는 TV와 불을 켠다. 저녁을 먹기 위해 도시가스를 켜고 밥을 먹고 나면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한다. 그리고 자기 전에 설거지, 양치질, 세수를 하기 위해 물을 이용한다. 이처럼 나의 생활은 모두 에너지로 둘러 쌓여있다. 그 말은 결국 우리가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에너지가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동시에 기후변화를 해결하고 온실가스를 줄이는 노력은 우리만이 할 수 있다는 뜻이다.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방법은 특별하지 않다. 오히려 어릴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와서 너무나도 익숙한 말이다. 전기를 아껴 쓰고 가능한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쓰레기는 재활용하고 물은 아껴 쓰는 것. 학교에서 들어왔던 말이고 집에서 엄마한테 들어봤던 말들이다.
그런데 왜 이산화탄소는 계속 늘어나는 것일까? 바로 우리가 그 말을 듣고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기 때문은 아닐까? 지금 한 번 주위를 둘러보자. 쓰지 않은 채 켜둔 컴퓨터는 없는지, 아무도 없는 강의실에 홀로 켜져 있는 전등은 없는지. 괜히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컵이나 비닐봉투를 쓰고 있지는 않은지. 가까운 거리에도 무조건 자동차 키부터 드는 버릇은 없는지. 한 번 읽고 버릴 종이를 프린트하지는 않는지, 집에 쌓여만 가는 DM은 없는지.
이것은 바로 우리 모두를 위한 행동
한국은 기후변화에 대한 연구가 늦은 편이어서 기후변화가 진행된다면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우리는 아직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TV나 신문에서 기후변화가 진행되면 히말라야의 빙하가 녹는다거나 러시아의 해안가가 침식한다거나 투발루라는 들어보지도 못한 나라가 물에 잠긴다는 등 손에 잡히지 않는 이야기들만 들었다.
하지만 앞으로 우리는 세계 각지에서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변화를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서 눈으로 보고 생활 속에서 느끼게 될 지도 모른다. 아니, 우리는 이미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딘가 겨울답지 않게 포근했던 지난겨울, 그리고 어딘가 봄답지 않게 짧은 봄, 제 시기를 못 맞추고 피어나는 꽃들. 따라서 탄소발자국을 줄여 이 모든 현상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은 마치 나무를 심어 산을 푸르게 하고 쓰레기를 주워 깨끗한 마을을 만드는 것처럼 우리의 삶터를 지키는 하나의 방법이다.
이산화탄소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는 기체이지만 보이지 않는 그 이산화탄소는 아주 오래 전부터 우리에게 꾸준히 경고를 해 왔다. 이제는 줄여야 할 때라고.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라고. 바로 나와 너, 그리고 우리 모두를 위해서….

나의 탄소발자국 크기 알아보기

▲ 그림 : 오주영 회원

글 :  녹색연합 시민참여국 / 배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