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가격은 얼마일까요?

2006년 9월 20일 | 녹색생활

▲ 돈으로 바꿀 수 없는 환경과 건강은 이처럼 통상정책에서도 늘 희생되어야 할 것인가? 그렇다면 건강은 얼마, 환경은 얼마 이렇게 돈으로 매겨야 하나? 생명의 가격은 얼마일까? 아니 생명에 가격이 있을까? 한 가지 더. 지금 되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미래세대들의 뜻이 들어갈 틈이 전혀 없다. 생명의 가격은 얼마일까? -한미FTA가 환경에 미칠 영향 – 글·이유진 요즘 텔레비전를 켜도 지하철을 타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우리의 미래’라고 선전하는 광고를 보게 된다. 정부가 돈을 내고 하는 이 광고들을 보면 ‘한-미 자유무역협정’만이 우리 경제의 유일한 희망이라는 인상을 심어준다. 문화방송 ‘PD수첩’에서 두 차례 이것의 문제점을 지적한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나서 정부는 ‘국가의 이익을 침해하는 방송’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텔레비전 토론 프로그램에서는 이에 대한 찬성과 반대가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국민들은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온 ‘FTA’라는 단어가 어렵고 또 부담스럽다. 이것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꿀까? F-T-A? FTA는 영어로 ‘Free Trade Agreement’ 곧 자유무역협정을 의미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미국 시장과 한국 시장을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하는 것이다. 두 나라가 무역을 하는 데 제약을 받지 않도록 제도와 규제장벽을 없애거나 완화한다. 보통 우리가 외국에서 물건을 수입할 때 수입상품에 세금을 물리는데 이것을 관세라고 한다. 시장이 통합되면 미국도 한국도 서로 수출하는 상품에 관세를 매기지 않기 때문에 제품 값이 싸진다. 이렇게 두 나라간의 무역이 자유롭게 되면 두 나라 산업 가운데 경쟁력이 있는 산업만이 살아남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에서 농업이 많이 거론되는데, 미국과 같이 넓고 광활한 곳에서는 비행기로 씨를 뿌리고 농약을 치고, 기계로 수확을 한다. 우리나라처럼 높은 땅값에 좁은 국토에서 짓는 농사와 경쟁이 안된다. 결국 농업이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면, 힘겨운 우리 농촌이 버틸 곳이 없다. 우리나라가 반도체나 섬유에 있어서는 미국보다 경쟁력이 있다고들 한다. 결국 경쟁력을 갖춘 곳만 살아남게 된다는 오늘날의 ‘경제원리’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자유무역협정이다. 지금 일터와 산업분야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어떤 영향을 줄지 ‘이득’이 될지 아니면 ‘손실’이 될지 주판알을 튕기고 있는 중이다. 이것은 내가 일하는 직장의 미래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내가 일하는 일터가 당장 어느 정도 이득을 볼지는 몰라도 그것을 마냥 반길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위험한 밥상 우선 우리 밥상이 바뀐다. 정확하게 말하면 우리 밥상이 위험해진다. 세계 최대의 농업생산국인 미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상을 통해 농축산물을 대규모로 한국에 수출하겠다고 한다. 우리 주식이 쌀이라면 미국의 주식은 고기이다. 그래서인지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우유와 같은 축산품이 많이 밀려들어올 것이다. 미국은 엄청나게 육식을 많이 하기 때문에 그만큼의 육류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공장식 축산업을 할 수밖에 없다. 사육과정에서 소나 돼지는 꼼짝하지 못할 정도의 좁은 공간에서 육식사료와 성장호르몬으로 길러진다. 심지어 송아지에게 성장속도를 빨리 하기 위해 동물피와 톱밥을 먹이는 경우도 빈번하다(육식의 종말 참고). 한국은 2004년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된 뒤에야 수입을 금지했는데, 이번 한-미 자유무역협상을 시작하는 조건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허가하였다. 더구나 올해 3월에도 광우병 소가 발견되었는데도 수입한다는 결정에는 변함이 없다 한다. 초식동물인 소에게 육식 사료를 먹여서 발생한 광우병은 인간에게도 전이되며 병에 걸린 사람은 뇌에 구멍이 뚫려 죽게 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선결조건으로 받아들인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는 국민들의 건강을 담보로 한 위험천만한 결정이다. 몰라도 돼? 미국은 또 한국에 농산품과 축산품 수출을 늘리기 위해 한국의 검역기준을 완화시키고, 검역절차를 간소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검역은 현대와 같이 세계화된 사회에서는 국민의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하다. 검역을 통해 광우병, 조류인플루엔자, 구제역과 같은 전염병의 유입과 확산을 막을 수 있고 또한 솔잎혹파리, 벼물바구미와 같은 병해충 유입으로 인한 피해를 사전에 막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병원성대장균 O157, 다이옥신, 살모넬라, 농약에 오염된 농·수·축산 식품의 수입을 막음으로써 우리들의 건강과 식탁 안전을 지킬 수 있다. 미국은 이번 자유무역협상을 통해 미국에서 수출하는 식품에 대한 농약 검사를 완화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으로 과일이나 야채와 같은 잘 무르는 제품을 수출할 때 썩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농약을 뿌리는데 이것을 허용하라는 것이다. 또 미국은 옥수수, 콩, 콩나물, 생감자에 소비자들이 알아볼 수 있도록 유전자조작식품 표시를 하는 제도를 없애라고 요구하고 있다. 세계 최대 유전자조작식품(GMO) 생산국인 미국은 ‘안전하지 않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GMO농산물에 대한 수입규제나 GMO표시제를 불공정 무역이라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국가이다. 그러나 유전자조작 식품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완전히 연구된 것이 없다. 의문투성이 먹거리? 무역이 활발해지면서 우리들의 먹을거리는 점점 더 먼 곳에서 오고 있다.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들 속에 수십 개의 국가가 들어가 있는 것이다. 정부는 우리의 식료품 값이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쇠고기 1위, 감자2위, 사과3위)이라며,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면 식료품 값이 떨어지기 때문에 삶의 질이 개선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은 그 먼 데서 온 바나나가 왜 한 다발에 2,000원도 안되는 값에 팔리고, 또 배로 그 먼 곳에 오면서도 어떻게 썩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우리가 먹는 식품은 값이 다가 아니다. 그리고 정부가 주장하듯이 그렇게 값은 싸지만 안전하지 않은 식품이 들어왔을 때, 그런 식품을 먹고 가장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어린이나 노인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이다. 우리가 제철 음식을 먹고, 유기농산물을 가꾸는 것은 단순히 몸에 좋은 음식을 먹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 우리 농촌도 함께 살린다는 의미가 있다. 미국에서 지평선이 보이는 너른 들판에서 씨만 뿌리면 자라나는 유기농 농산물과 우리나라에서 다른 밭에서 농약 날아올세라 근심하며, 앉아서 일일이 손으로 잡초를 제거해 일군 유기농 공동체가 시장에서 값만 가지고 경쟁하면 어떻게 될까? 환경과 건강은 뒷전? 또 하나 이해되지 않는 것이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시작도 하기 전에 미국산 수입 자동차에 대한 배기가스 배출기준을 낮췄다. 정부가 실시하려던 배기가스 배출규제 기준강화 방침을 미국의 압력으로 1만 대 이하 수입차에 대해 2년간 유예를 준 것이다. 우리가 숨쉬는 공기를 깨끗하게 만들기 위한 환경정책이 미국산 수입차에 대해서만 예외인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1차 협상에서 미국은 자동차세의 기준을 배기량 기준에서 가격, 연비 같은 기준으로 바꾸라고 요구하였는데 이는 미국산 대형차의 세금을 낮춰, 판매를 늘리겠다는 속셈이다. 환경을 위해 배기량이 적은 차량을 권하는 정책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세금부과는 국가 기본 정책이다. 또 공기오염은 건강과 직결된다. 수도권 대기질 개선을 위해 엄청난 돈을 투자하는 정부가 미국산 차에 대해 이렇게 관대한 이유가 무엇일까? 정부가 앞장서서 무역거래로 얻는 이익과 국민들의 건강을 맞바꾸는 일을 하고 있다. 게다가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면 무역에서도 우리의 이익이 줄어든다는 정부 보고서도 이미 나와 있다.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으로 투자가 크게 늘어난다고 한다. 1차 협상에서 한미양국은 ‘이행의무부과금지’ 조항에 합의했다. 이것은 미국 기업이 한국에 투자하면 한국 정부가 환경보존을 위해 미국 기업에 재활용과 환경보호를 위한 생산 기술과 공정을 갖출 것을 지시하고 미국 기업이 이를 따를 것을 의무로 규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군이 주둔한 미군기지에서 환경오염이 발생해도 한국정부가 우리나라 환경법을 지키라고 지시할 수 없는 것이다. 기업의 돈벌이를 위해 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제도들이 사라지고 결국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온다. 돈으로 바꿀 수 없는 환경과 건강은 이처럼 통상정책에서도 늘 희생되어야 할 것인가? 그렇다면 건강은 얼마, 환경은 얼마 이렇게 돈으로 매겨야 하나? 생명의 가격은 얼마일까? 아니 생명에 가격이 있을까? 한 가지 더. 지금 되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미래세대들의 뜻이 들어갈 틈이 전혀 없다. 지금 우리 어른들이 선택한 결과가 앞으로 우리 미래세대들의 일상까지 대대손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과연 우리 자신의 건강과 미래세대 우리 아이들의 안전한 먹을거리와 깨끗한 환경에 대한 접근권이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거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이유진 님은 6년간의 환경운동을 잠시 쉬고 대학원에서 환경정책을 공부하고 있다. ‘행복하지 않으면 진보가 아니다’ 라고 믿으며, 환경운동의 꿈을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