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위한 초록결혼식

2006년 6월 3일 | 녹색생활

▲ 심재봉화백 지구를 위한 초록결혼식 글쓴이: 녹색연합 이버들 공부를 하기 위해 모인 모임이 맞나 싶다. 여자 넷이 모이니 수다 떨기에 여념이 없다. 또래들이어서 그런가 보다. 잡다한 이야기들이 공부 시간의 몇 배를 훌쩍 넘긴다. 특히 모임 맏이인 지영언니가 풀어놓는 이야기 보따리에 배꼽 잡느라 정신이 없다. 모임에서 유일한 기혼자인 그녀는 올해로 결혼 3년차다. 대학시절부터 YMCA 활동을 통해 녹색생활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고 서울YMCA와 녹색가게에서 녹색소비운동을 벌여왔다. 녹색소비에 대한 관심이 컸던 만큼 그녀 자신의 결혼식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허례허식이 많은 우리네 결혼풍습 때문에 결혼식만큼 환경비용을 많이 요구하는 행사가 드물기 때문이다. 그녀는 승용차 사용 절감을 위해 하객들이 모두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결혼식 장소를 지하철역으로 선택했다.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은 지금도 지하 4층 대합실을 무료 결혼식장으로 대여해준다. 200여명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과 유리돔을 통해 들어오는 밝은 햇살, 갖가지 미술작품과 유리로 장식된 화려한 벽면은 결혼식 분위기를 한껏 높인다. 게다가 지나가는 승객들의 덕담까지 더하니 더할 나위없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재생용지로 만든 청첩장을 통해 모인 하객들에게 유기농 채식 위주의 푸른 요리를 대접한 뒤 작은 화분을 답례로 선물했다. 하객들도 자신이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하나씩 선물로 준비해 결혼식장에 마련된 녹색 선물나무에 매달면서 그들의 행복을 기원했다. ‘지구를 위한 부부서약’과 기념 나무심기를 한 뒤, 대중교통을 통해 신혼여행지로 향했다고 한다. 일회용품을 쓰지 않기 위해 폭죽 대신 박 터트리기를 했다는 대목에서는 다들 박장대소하기도 했다. 낭비와 허례로 가득한 결혼문화를 바로잡자는 이야기는 사실 지겨울 정도다. 이번 달처럼 결혼식이 많은 달이면 으레 뉴스 한 구석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다들 공감하는 이야기지만 정작 내 결혼문제가 되면 여러 가지 이유로 남들 하듯 하게 마련이다. 다른 사람의 이목 때문에, 그동안 뿌린 돈이 아쉬워서, 일생에 단 한번뿐인데 등등 다양한 이유로 결혼식은 더욱 화려해지고 더욱 많은 비용을 요구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신혼부부 한 쌍이 결혼하는데 평균 1억3천만 원이 든다. 절반 이상을 가족들한테 지원받고 은행 대출을 통해 부족분을 메운다. 이처럼 과도한 결혼풍습은 새롭게 출발해야할 신혼부부를 결국 빚잔치로 유도하기 마련이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결혼식 한 번 치를 때마다 평균 14.5톤이나 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고 한다. 한 사람이 1년 내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이 12톤임을 감안하면 결혼식은 대표적인 에너지 낭비사례임을 알 수 있다. 하얀 신부를 빛나게 해주는 웨딩드레스는 대부분 열악한 근로조건과 노동착취 현장에서 만든다. 원단인 폴리에스테르는 석유화학으로 만들어 미생물이 분해할 수 없고 원단을 생산할 때마다 많은 에너지와 물이 필요하다. 계절에 맞지 않는 꽃으로 부케를 만들다 보니 외국에서 꽃을 수입해야 한다. 화분에 심어 둔 꽃을 전시해 두었다가 선물로 하객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결혼하기도 좋고 결혼 축하해 주기도 즐거운 계절이다. 행복한 결혼식장에서 지구를 위한 웃음소리도 함께 들렸으면 좋겠다. 위 글은 시민의 신문 에서 ‘에너지’ 를 주제로, 연재기획 되고있는 ‘이버들의 에너지, 에코리듬 타다’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