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나무젓가락이 황사를 일으킨다구?

2006년 5월 2일 | 녹색생활

일회용 나무젓가락이 황사를 일으킨다구? 글..박경화 동네 슈퍼에서 물건을 고르다가 일회용 젓가락을 보았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중국산 자작목, 백양목’이라고 쓰여 있다.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중국의 어느 오래된 숲이 잘려 여기까지 왔겠구나 싶었다. 우리 집에서야 일회용 젓가락을 쓸 일이 없으니 무심코 그냥 돌아섰다. 그런데 그 뒤로 나무젓가락은 자주 내 앞에 나타났다.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에는 아침마다 일기예보를 열심히 듣게 된다. 포근한 줄 알았는데 기온이 뚝 떨어져서 꽃샘추위에 호되게 당하거나 비에 홈빡 젖어 몸살 앓는 일을 피하려면 뉴스에 귀 기울여야 한다. “올해 들어 첫 황사가 나타나겠습니다.” 지난 3월 10일, 일기예보를 들어서일까 문을 열고 보니 서울 하늘이 유난히 누렇다. 언제부터인지 봄에 꽃소식보다 황사 손님이 먼저 찾아든다. 몇 해 전만 해도 황사는 중국 대륙에서 불어오는 ‘봄의 불청객’ 정도로 가끔 나타났고 피해를 주는 일도 드물어 알게 모르게 지나가던 봄바람 같았다. 하지만 황사의 위력을 몇 년 동안 몸소 익혔던 터라 일단 주머니 속에 마스크를 집어넣었다. 버스에 올라 지나치는 바깥 풍경을 바라보았다. 말끔한 양복을 차려 입은 중년 신사도, 엄마 손을 잡고 가는 아이도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 배달통을 들고 달리는 중국집 배달부와 짐을 나르는 인부의 얼굴에도 마스크, 주차장에서 차를 정리하는 아저씨 얼굴에는 아예 미세먼지 방지용 특수 마스크가 달려 있었다. 누런 먼지바람에 태양은 한낮이 되도록 달무리 지듯 뿌옇게 떠 있고, 꽃이 피려고 울먹이는 꽃봉오리도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제 빛깔을 잃고 말았다. 흰 빨래와 주차해 놓은 자동차에는 얼룩무늬가 그려졌다. 천식환자와 기관지가 약한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집안에 갇혀 버렸고, 아토피를 앓는 사람들은 밤새 몸을 긁어댔다. 유치원과 초등학교는 예기치 않은 휴교 논의를 했고, 첨단장비와 통신장비들은 누런 모래알갱이의 침투를 막기 위해 단단한 보호막을 쳐야 했다. 황사는 바람을 타고 하늘 높이 올라간 미세한 모래먼지가 대기 중에 퍼져서 하늘을 덮었다가 서서히 떨어지는 현상과 그 모래흙을 말한다. 황사의 고향은 중국과 몽골 경계에 걸친 드넓은 건조지역과 그 둘레에 있는 반 건조지역이다. 그중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황사는 중국 신장의 동쪽과 감숙성 황하 상류지역, 중국과 몽골의 경계에 걸친 넓은 건조지역에서 발생한 것이다. 이 유라시아 대륙의 중심부는 바다와 멀리 떨어져 있어 매우 건조하고, 비도 적게 오는데다 겨우내 얼었던 메마른 토양이 녹으면서 부서지기 쉬운 모래가 많이 생긴다. 이렇게 잘게 부서진 모래먼지가 폭풍이나 강한 바람에 쉽게 날려 공중을 떠돌다가 멀리까지 날아가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우리가 만나는 뿌연 황사가 아니라 무시무시한 모래폭풍이 일어난다. 강한 바람과 함께 모래먼지가 갑자기 나타나 1킬로미터 밖을 구분할 수 없게 된다. 황사현상은 해마다 3~5월에 나타나는데, 발원지에서 연중 20회 정도 발생하며 그중 10~30퍼센트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친다. 황사 원인은 가뭄과 낮고 변덕스러운 강수량, 강풍, 풍부한 모래 같은 자연요인이 있고, 지나친 경작과 목축활동, 땔감과 식물채취, 현명하지 못한 물 사용, 그리고 급격한 인구증가와 이익추구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경제형편이 나아지면서 곡류에서 육류 위주로 식단이 바뀌고 있다. 세계인구 5분의 1이나 되는 15억 중국 사람들이 고기를 즐겨 먹기 위해 소를 기르면서 중국의 신장 위구르 자치구 같은 북서부 지역에서는 숲이 베어지고 방목이 늘어나고 있다. 또 중국경제가 산업화되자 서부지역이 개간되기 시작했다. 숲과 농지는 점점 줄어들고 황사 발원지는 점점 넓어져만 가고 있다. 동네 슈퍼에서 물건을 고르다가 일회용 젓가락을 보았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중국산 자작목, 백양목’이라고 쓰여 있다.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중국의 어느 오래된 숲이 잘려 여기까지 왔겠구나 싶었다. 우리 집에서야 일회용 젓가락을 쓸 일이 없으니 무심코 그냥 돌아섰다. 그런데 그 뒤로 나무젓가락은 자주 내 앞에 나타났다. 중국집에서 시킨 자장면과 함께 일회용 젓가락이 따라 왔고, 결혼을 축하해 주기 위해 간 예식장 식당에서도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행사장에서 나눠 준 점심 도시락에도 일회용 젓가락이 살포시 놓여 있었다. 내가 직접 일회용 젓가락을 사서 쓰지 않아도 이렇게나 일회용 젓가락이 흔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1년 동안 사용하는 일회용 젓가락은 약 25억 개인데, 이것을 나무로 세우면 남산을 26개나 만들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이 일회용 젓가락의 90퍼센트 이상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중국 양쯔강 둘레의 산림은 최근 수십 년간 85퍼센트나 훼손되었고, 중국에서는 일회용 나무젓가락을 만들기 위해 1년에 2,500만 그루 나무를 베고 있다. 그뿐 아니라 화장지와 종이를 만들기 위해 다시 나무를 베고, 농지를 개간하고 목축을 하기 위해 숲을 없애고 있다. 아득한 중국 대륙에서 숲이 하나 사라지는 것은 그저 그만큼 빈 공터가 생기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숲이 사라진 땅을 복원하지 않아 차츰 모래언덕으로 변하고, 강한 모래 바람이 불면 대륙을 넘어 황해를 훌쩍 날아 한반도로, 일본 열도로 날아든다. 황사가 강할 때는 아시아를 넘어 미국서부까지 날아가는 일도 있다고 한다. 중국 대륙의 27퍼센트가 이미 사막화 되었고 황사가 불면 산업 도시의 중금속까지 섞어 날려 보낸다. 최근 황사에는 아황산가스나 석영(실리콘), 카드뮴, 납, 알루미늄, 구리, 다이옥신까지 묻어 온다고 한다. 중국에서도 황사 피해가 심각한데, 중국의 환경운동가는 2003년 황사 때문에 죽거나 병원을 찾은 아이 중에는 유독 사내아이가 많았다고 말했다. 중국의 가난한 집에서는 형편이 어려워 사내아이만 학교를 보내서, 황사현상이 나타날 때 외출했던 사내아이들이 그만 강한 모래 바람에 변을 당한 것이다. 중국의 사막화를 기록한 1994년 중국점검보고서에는 사막화된 지역이 2,622,000제곱킬로미터에 이르고, 연간 2,622제곱킬로미터나 되는 넓이가 사막으로 바뀌고 있다고 기록했다. 1999년 두 번째 점검보고서에는 한 해동안 3,436제곱킬로미터가 사막으로 변했다고 한다. 황사 발원지는 중국 대륙이지만 모든 책임이 중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선진 산업국을 포함한 세계 여러 나라의 시장에서는 자꾸만 싼 물건을 찾는다. 땅이 넓어 원료가 풍부하고 일할 사람이 많은 중국에서는 선진국처럼 잘 살기 위해 값싼 상품을 많이 만들어 팔아야만 하는 형편이다. 선진국처럼 풍요로운 소비를 겪어보지 않은 중국 사람들에게는 환경보전이나 절제보다는 잘 먹고 잘 살아 보자는 경제성장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우리 역시 중국에서 들여온 값싼 물건들을 자주 쓴다. 일회용 젓가락뿐 아니라 이쑤시개, 종이컵과 포장지, 대나무 바구니, 장식용 소품까지… 원산지는 대부분 ‘중국산’이다. 중국의 어느 오래된 숲이 잘려나가 목재가 되고 물품으로 다듬어지고 일회용품이 되어 한반도에 도착한다. 우리가 한 일이라곤 가게에 잘 진열된 상품을 사서 가볍게 쓰고 버린 것뿐. 덕분에 해마다 봄이면 공기정화기를 돌리고, 함부로 외출할 수 없게 되었다. 밖으로 나가려면 마스크를 챙기고 안약을 챙기고 피부보호용 크림을 바르고 보호안경을 챙겨야 한다. 쉽게 사서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을 즐겨 찾고 원산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해마다 반갑지 않은 불청객을 맞아야 한다. 이 불청객은 점점 더 자주, 탁하고 강한 바람으로 올 것이다. 호되게 당하지 않기 위해 더욱 단단히 채비해야만 한다. 황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국 대륙을 넘어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모든 나라들이 소비를 줄이고, 미래를 내다보는 의식 있는 소비에 눈을 떠야 한다. 그 출발은 이제 문제의 원인을 깨닫게 된 나와 당신의 손에서부터 시작된다.